대구·경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속출하면서 이들을 격리 수용할 병상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환자 20명은 음압병실이 없어 일반 1인실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환자가 늘어나면 1인실도 부족한 상황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음압병실 부족…대구 20명 일반병실로
20일 대구·경북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70명 가운데 대구에서만 27명이 음압병실에 입원했다. 음압병실은 기압 차이를 둬 공기 중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시설이다. 중국에서는 확진자를 격리 치료할 음압병실이 부족해 추가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격히 늘었다.

환자들은 대구의료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등에 입원했다. 이날 오전 12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머지 20명은 음압병실에 들어갈 수 없어 일반 병실에 입원했다. 대구시는 확진자 증가 추세로 봤을 때 음압병실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일반병실 격리 치료로 방향을 바꿨다.

대구시는 중증환자는 음압병실로, 경증환자는 일반병실 1인실에 입원시키는 방향으로 보건당국에 정책 전환을 요구했고 정부의 변경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대구의료원 라파엘병동 전체를 소개해 88개 병실을 확보하고 모자라면 대구의료원 전체를 사실상 격리병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경북대병원, 동산병원, 동국대 경주병원, 안동의료원, 포항의료원은 음압병실이 다 찼다. 이들 병원은 기존에 음압병상을 사용하던 중환자와 호흡기 질환자를 다른 병실로 옮기고 코로나19 환자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상태가 위급한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응급 의료 공백 문제도 심각하다.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등 확진자가 다녀간 대학병원 응급실이 잇달아 폐쇄됐다. 구병원·더블유병원·드림병원·삼일병원 응급실도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이 밀려나면서 중환자실도 모자란 상황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음압병상은 755개 병실 1027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39개 병실, 383개 병상으로 가장 많고 경기 143개 병상, 부산 90개 병상, 경남 71개 병상, 대구·인천 각각 54개 병상 등이다. 전국적으로 1000명까지는 수용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지역적 편차가 심하다. 역학조사와 감염 검사 인력 및 시설도 부족한 실정이다. 경상북도에 역학조사관은 교수 3명, 도 보건정책과 간호직 1명, 공보의 1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격리 치료 시설을 선제 확보하고 추가 감염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일반 병실은 1인실에 격리하더라도 병동 전체로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한정된 음압병실과 설비를 효율적으로 배분할 방안을 마련하고 대유행 사태에 대응할 지침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오경묵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