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루카리 임직원들이 지난 6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주식 상장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경DB
메루카리 임직원들이 지난 6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주식 상장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경DB
일본은 벤처 창업 열기가 좀처럼 불붙지 않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불모지’라는 오명이 붙었다. 이런 일본에서 몇 안 되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반열에 오른 회사가 있다. 2013년 설립된 중고거래 중개업체 메루카리다.

메루카리는 개인 간 중고거래를 이어주는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현지 중고거래 시장의 60%를 장악했다. 출시 4년 만에 앱 다운로드 횟수 1억 건을 넘었고, 월 이용자 1075만 명, 월 거래액은 300억엔(약 3000억원)에 이른다.

메루카리의 인기 비결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중고품 사진을 찍어 간편하게 판매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한 편의성에 있다. 중고품에 큰 관심이 없던 젊은 층을 끌어모으며 ‘메루카리 중독’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日 메루카리·싱가포르 캐러셀…중고로 대박 터뜨린 해외 유니콘들
메루카리의 지난 회계연도(2017년 7월~2018년 6월) 매출은 357억엔(약 3500억원)으로 2년 새 세 배로 뛰었다. 올 6월 일본 증시에 상장해 시가총액 4000억엔(약 4조원) 선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 진출하면서 해외 공략에도 나섰다.

동남아시아에서는 2012년 창업한 캐러셀이 ‘중고거래 유니콘’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만 호주 홍콩 등 7개국으로 확장했다. 소소한 생활용품에서 가구, 자동차까지 1억4400만 개의 상품이 올라왔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구매자가 관심있어 할 만한 매력적인 상품을 소개하고, 자체 간편결제 ‘캐러페이’ 등으로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캐러셀의 기업가치는 최근 5억달러(약 56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됐다.

미국에서 2011년 등장한 중고거래 스타트업 오퍼업은 연간 4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크레이그리스트, 이베이 같은 전통주자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중국 ??, 인도 퀴커 등도 온라인·모바일 기반의 중고거래로 주목받는 기업이다.

중고거래 시장의 빠른 성장은 세계적 흐름이다. 유통업체 스레드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고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에서 2022년 410억달러(약 46조38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일반 소매점의 패션상품 판매가 연 2% 증가에 그친 반면 중고 패션상품은 49% 늘었다.

일본의 중고품 시장도 2015년 1조1000억엔(약 11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1000억엔(약 22조1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8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흐름이 내수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