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380억弗 회계부정 저질렀다" 주장에…컬프 "완벽한 거짓"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 380억달러(약 46조1510억원) 규모의 초대형 분식 회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상 최대 폰지(금융 다단계) 사기인 ‘버너드 메이도프 사건’을 고발했던 해리 마코폴로스가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GE는 마코폴로스가 GE 주가 하락에 투자한 헤지펀드와 함께 벌인 ‘주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코폴로스의 폭로엔 이미 알려진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GE가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독립 재무분석가인 마코폴로스는 15일(현지시간) GE에 대한 175쪽의 조사보고서를 내놓고 “GE가 재무의 심각한 문제를 숨긴 채 부정확한 사기성 재무제표를 감독기관에 제출해왔다”며 “GE의 회계 오류가 시가총액의 40%에 해당하는 380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마코폴로스는 GE의 장기 보험 부문 부채 규모가 회사가 계상한 것보다 훨씬 크다고 했다. 그는 GE가 즉시 185억달러를 (충당금으로) 더 쌓아야 하며, 2021년까지 추가 비용 105억달러가 더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인수한 에너지 회사 베이커휴즈의 회계 처리가 적절하지 않아 96억달러의 손실이 누락됐다고 했다. 지난해 GE는 베이커휴즈 지분을 62.5%에서 50.2%로 줄였다. GE는 지난 1분기 재무제표에서 지분이 50% 이하로 줄면 베이커휴즈의 재무 결과 보고를 중단하고 나머지 투자분은 손실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마코폴로스는 GE의 베이커휴즈 지분은 엄밀한 투자인데, GE가 손실 보고를 미루는 식으로 지난해 재무 성과를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마코폴로스는 CNBC방송에서 “엔론보다 더 큰 사기”라며 “GE는 아마 파산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론은 2001년 대형 분식회계가 적발돼 파산한 에너지 회사다. 그는 보고서를 웹사이트에 공개했으며, 금융당국에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코폴로스는 CNBC방송에서 GE의 주가 하락에 투자한 모 헤지펀드와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헤지펀드가 보고서 작성 비용 등을 제공했다고도 했다. 마코폴로스는 “GE 공매도로 인한 헤지펀드 수익에 대해 ‘일정 비율’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마코폴로스는 2008년 희대의 사기범 메이도프 사건을 금융당국에 제보해 유명해졌다. 메이도프는 다단계 금융사기로 500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가로챘다가 15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러나 GE 측은 “우리가 들은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래리 컬프 GE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GE는 위법 행위 주장을 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만 이번은 시장 조작”이라며 “마코폴로스의 보고서는 사실에 대한 거짓 설명을 담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마코폴로스는 정확한 분석엔 관심이 없고 GE 주가를 하락시켜 이익을 얻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WSJ는 “마코폴로스가 주장하는 많은 부분은 기존에 드러난 것”이라며 “알려진 일련의 회계 문제를 엔론 같은 사기와 동일시하는 것은 선동적”이라고 보도했다. GE는 작년부터 장기 보험에 대한 우발채무로 수백억달러를 계상했다. 또 전력 부문에서의 대규모 상각에 대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GE 주가는 11.30% 폭락했다. 장중 15% 하락하기도 했다. 컬프 CEO는 이날 주가가 폭락하자 자기 돈 200만달러를 들여 25만여 주를 사들였다. CNBC방송은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리 드라켄밀러도 GE 주식을 매수했다고 보도했다. GE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2.12% 반등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