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뭐냐. 로고도 씹다 만 사과 모양이더라. 그런 회사는 잘될 수가 없다. 주식 고수인 내 감이다.”

2013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나온 대사다. 성동일이 병상에 누워서 한 말이다. 당시 애플 주가는 0.13달러(액면분할 후 기준)였다. 국내에서는 1994년부터 브로커를 통한 해외주식 거래를 할 수 있었다. 이때 100달러어치(약 770주)를 샀다면 지금 평가액은 11만7902달러가 됐다.

애플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2조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30일(현지시간) 3.04% 오른 153.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2조5310억9900만달러(약 2941조6432억원)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2282조원)에 삼성전자 시총(약 510조원)을 한 번 더 더해도 애플에 못 미친다. 애플은 세계 시총 1위다.

이날 주가 상승 재료는 애플의 차기 프리미엄폰 ‘아이폰13’에 위성통신 기능이 들어갈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저궤도(LEO) 위성에 연결이 가능하도록 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위성통신은 현재 기존 통신망을 대체하기보다는 긴급 상황에서 이용자들을 돕는 데 쓰이고 있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내에서도 당장은 통신망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쓰이겠지만 5G(5세대)에서 6G(6세대)로 넘어갈 때 위성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통신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위성통신 소식만으로는 애플의 주가를 설명하기 어렵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7배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의 역사적 범위를 벗어나 있다. 애플의 주가가 재평가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3000조원 글로벌 증시 역사 썼다
그동안 애플 주가는 밸류에이션 재평가 과정을 거치며 상승했다. 2016년 애플의 12개월 선행 PER은 11배 수준이었다. 성장성이 높은 제조업체에 시장이 부여하는 수준이다. 2018년 PER은 16배 수준으로 올라섰다. 아이폰 아이패드의 견고한 시장점유율과 높은 고객 충성도, 서비스 부문 매출 증가가 재평가 재료가 됐다. 이후 지난해까지 애플 주가는 PER 16~20배 사이에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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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가 재평가 흐름은 애플에 대한 투자자들의 또 다른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애플 서비스 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은 70%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비스 부문에는 애플 앱스토어, 애플뮤직, 애플TV 등이 포함돼 있다.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올해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3.3달러)보다 58% 많은 5.2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익성, 현금 창출 능력, 시장지배력 등을 기반으로 높아진 기대치가 현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수익 다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은 자사 제품의 호환성을 높여 타사 고객까지 끌어오고 있고, 애플카 등 수익 다변화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압도적인 시장지배력 아래 정보기술(IT)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어 플랫폼 밸류에이션을 반영한다는 게 장 센터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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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도 애플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40명의 월가 애널리스트 중 33명이 매수 의견을 내놨다. 7명은 보유, 1명만이 매도 의견이다. 이들의 목표주가 평균은 166.56달러다. 최고 목표주가는 190달러다.

고윤상/심성미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