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지분으로 뭉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점점 세지고 있다. 막강해진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예고하거나 경영진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소액주주의 권리찾기라는 면에서는 정당한 활동이지만 과도하게 이익에 집착하느라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돈은 못 찾아도 정의는 찾겠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코스닥시장 상장사 포티스의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을 모으고 있다. 주주들은 회사 측이 시간을 끌면서 상장폐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고 행동에 나섰다. 포티스는 횡령·배임 등으로 작년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디지털 셋톱박스 업체인 포티스는 배우 김희애 씨의 남편이자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인 이찬진 씨가 대표를 맡았던 곳이다. ‘포티스 정상화 소액주주연대’는 “내 돈은 못 찾더라도 정의는 찾겠다”며 주주활동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지분을 확보해 임시주총을 소집하고 경영진을 교체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소액주주 비율은 99.99%에 달한다.
의 경우 경영권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소액주주 지분 38%를 확보해 회사를 견제할 수 있는 감사 선임에 성공했다.
의결권 확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로코모티브의 이태성 대표는 “작년 3월 이후 개인투자자가 많아지면서 투자자 수가 최대 4배까지 늘어난 기업이 있을 정도”라며 “임시주총이나 정기주총 공시가 뜨면 종목토론방이나 메신저를 통해 소액주주연대가 형성되고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밝혔다.
소액주주운동 사례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작년 9월 7일 슈펙스비앤피 대표를 포함한 세 명이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고 거래가 정지되자 다음날 소액주주들은 종목토론방에서 곧바로 연대했다. 정우영 슈펙스비앤피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지분 20%를 모으면 소액주주연대의 의사를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5.7%의 적은 지분으로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방만한 경영진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을 위해 전문적으로 법률 자문에 나선 곳도 생겨났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의 정병원 변호사는 소액주주운동 지원센터를 최근 개설했다. 그는 “단순히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소액주주운동이 아니라 경영진의 무능함과 위법성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 특성상 개인들이 지분을 많이 보유해도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며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주주 권리보다는 단순한 주가 부양을 위한 이합집산 사례가 상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태성 대표는 “일부 소액주주연대는 ‘물거품’과 같은 존재”라며 “주가 부양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해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소송·분쟁을 통해 주가가 올라가길 원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주주총회가 온라인으로 생중계될 전망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중순께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병행 개최하기로 하고 온라인 생중계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주주 친화 경영 강화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주총을 온라인으로 병행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SKT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주총을 온라인 생중계했는데, 삼성전자는 이 같은 선례를 검토하며 운영 방식을 정하고 있다. '동학개미 운동'으로 삼성전자 소액주주가 200만명을 넘으며 역대 최대 규모가 된 영향이 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주수는 작년말 기준 총 215만4081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개인 소액주주는 214만5317명으로 전체의 99.6%다. 소액주주 보유 주식 수는 3억8719만2801주로 전체의 6.48% 수준이다.삼성전자 주주수는 2017년 결산 기준 14만4000명 수준이었는데 2018년 주식 액면분할로 급증했다. 2019년말 기준 주주 수는 56만8000명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총을 온라인 생중계한 SK텔레콤의 사례를 검토하며 운영 방식을 정하고 있다.삼성전자는 지난해 주총에서 도입한 전자투표제를 올해에도 유지할 방침이다. 올해도 삼성전자 주주들은 현장 참석 없이도 주총 안건에 투표하고, 주주총회 진행 상황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됐다.현장 주주총회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소액주주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회사 건물 외부인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총을 열었다.내달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주당 1578원 특별배당 결정에 따른 13조1000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 지급 등을 승인하고, 임기 만료 예정인 사내·사외이사에 대한 연임과 신규 선임 등을 결정한다.올해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기남 DS(반도체부품)부문 부회장과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 사장 등은 지난 임원 인사에서 유임됐기 때문에 사내이사직도 연임할 것으로 관측된다.사외이사 중에는 다음달 임기 만료 예정인 박병국 서울대 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의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금융감독원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한국아트라스BX 흡수합병 계획에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18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감원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지난 11일 제출한 합병 증권신고서에 대해 재차 정정을 요구했다. 앞선 9일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 요구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아트라스BX 소액주주들이 “소멸회사 자사주(지분율 58.4%)에 합병 신주를 배정하지 않는 건 불공정한 처사”라며 반발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정정 증권신고서에 “소멸회사 자사주에 합병 신주를 배정할지 여부는 회사가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으며 (법률상) 의무사항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아트라스BX 자사주에 합병 신주를 배정할 경우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의 지분율은 종전 42.03%에서 32.51%로 줄어든다. 기존 아트라스BX 소액주주 역시 새로 얻게 되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이 3.41%에서 2.64%로 축소된다. 자사주를 제외한 전체 유통 주식 수만 놓고 보면 주주들의 유효지분율(조현범 42.03%, 소액주주 3.41%)은 종전과 동일하므로 합병 방식은 실질적인 주주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아트라스BX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면 합병회사에 과도한 자사주(지분율 22.65%)가 발생해 향후 처분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주주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그러나 소액주주들은 “현재의 합병은 전체 주주의 공동 재산인 자사주에 돌아가야 할 신주를 지배주주가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라며 “자사주를 먼저 소각해 아트라스BX 주주 가치를 높인 뒤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금융감독원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한국아트라스BX 흡수합병 계획에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18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금감원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지난 11일 정정해 제출한 합병 증권신고서에 대해 재차 정정을 요구했다.앞서 금감원은 지난 9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최초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 요구를 했다. 당시 아트라스BX 소액주주들이 “소멸회사 자사주(지분율 58.4%)에 합병 신주를 배정하지 않는 건 불공정한 처사”라며 반발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이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11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합병의 필요성과 합병 방식 등에 관한 설명을 추가했다. 소멸회사 자사주에 합병 신주를 배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관련 대법원 판례와 유권해석, 다른 상장사 합병 사례 등을 소개하며 “소멸회사 자사주에 합병 신주를 배정할지 여부는 회사가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으며 (법률상)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증권신고서에 합병 전후 지분율 시뮬레이션 내역을 표로 작성해 첨부했다. 회사 측 계산에 따르면 아트라스BX 자사주에 합병 신주를 배정할 경우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의 지분율은 종전 42.03%에서 32.51%로 약 23% 줄어든다.기존 아트라스BX 소액주주 역시 새로 얻게 되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이 3.41%에서 2.64%로 축소된다. 그러나 자사주를 제외한 전체 유통주식수만 놓고 보면 주주들의 유효지분율(조현범 42.03%/소액주주 3.41%)은 종전과 동일하므로 합병 방식은 실질적인 주주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 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아트라스BX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할 경우 합병회사에 과도한 자사주(지분율 22.65%)가 발생해 향후 처분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그러나 소액주주들은 “현재의 합병은 전체 주주의 공동재산인 자사주에 돌아가야 할 신주를 지배주주가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라며 “자사주를 먼저 소각해 아트라스BX 주주가치를 높인 뒤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금감원 관계자는 “회사 측이 합병 방식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긴 했지만 소액주주들을 설득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다시 정정요구를 한 것”이라며 “합병비율이나 방식 자체를 문제삼은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