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과거 베이비붐 세대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었다. 그런데 이제 비트코인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가상화폐 투자회사 텔루리안캐피털을 창업한 장 마르크 본푸가 한 말이다. 그는 “전례 없는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되면서 비트코인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금 가운데 어떤 걸 매수하는 게 나을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金을 대체한다?…월가는 지금 논쟁 중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비트코인이 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최근 금값이 하락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자 논쟁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금융정보 포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 1BTC(거래단위) 가격은 지난 9월 초 1만1644.2달러에서 12월 4일 1만8658.1달러로 60.24% 상승했다. 반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2월 인도분)의 트로이온스당 가격은 같은 기간 1978.6달러에서 1840.0달러로 7.00% 하락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인플레이션의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위해 금을 매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최근과 같은 금값 하락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가상화폐가 금의 대체 자산으로 떠올랐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JP모간체이스의 한 애널리스트는 “일부 패밀리오피스 펀드(초고액 자산가 전담)는 가상화폐를 매수하기 위해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팔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트코인에 회의적이었다가 태도를 바꾼 사람도 있다. 투자자문업체 샌퍼드C번스타인의 투자전략가 이니고 프레이저 젠킨스는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금과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장래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비트코인의 역할이 더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가상화폐가 금의 역할을 일부 넘겨받을 수 있지만 그 역할을 비트코인이 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가치를 보장해주는 디지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낮기 때문에 금의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금의 역할을 대신할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사이버 공격, 위조, 사기의 가능성 등 잠재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디지털화폐를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먼저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