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하이트 "빅테크 거품 있어…테슬라, 아직 가치 입증 못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으면 실패 확률이 높아집니다. 탐욕과 공포를 버리는 게 투자의 정석이죠.”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래리 하이트(64·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투자 철학을 이같이 강조했다. 하이트는 시스템 트레이딩을 창시한 헤지펀드 매니저로, 1981년 민트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한 뒤 세계 최대 상품거래 자문사로 키웠다. 세계 최초의 원금보장 펀드를 설계하기도 했다. 현재 가족 투자회사 및 자선재단(하이트재단)을 운영 중이다.

하이트는 “예술업계에서 판매상은 미술품 거래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그냥 미술품 가격이 오를 때까지 가지고 있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격언이 있다”며 “오랫동안 보유해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종목을 찾는 게 투자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이트는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큰 틀에서 시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위험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닥쳤던 올해 3월처럼 모든 사람이 공황에 빠졌을 때 사고, 비이성적으로 흥분할 땐 파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100여 년의 주식 역사를 분석해보면 결국 시장을 움직여온 건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었다”며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대형 기술기업 등 빅테크 업종엔 일종의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게 하이트의 판단이다. 그는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다섯 배 넘게 뛰었는데 아직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테슬라는 주식이라기보다 일종의 옵션(파생상품)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트는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엔 지금보다 국제 관계가 안정되고 세계 무역 환경이 협력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내년에 코로나19 백신까지 대량 보급되면 경제가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향후 유망한 업종으로는 전기·가스·수도 등 유틸리티, 헬스케어, 바이오제약, 광물 등을 꼽았다. 초저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저수익형 채권의 경우 지금은 투자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하이트는 “코로나 사태 후 사무 공간이 과거만큼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상업용 및 사무용 부동산은 점차 주택용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똑똑하다”며 “성공할 수 있는 강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는 “월가의 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주식을 매수하고 계속 보유할 것을 강권하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주관을 갖고 투자 방식과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 투자자들에게 “적정 투자 규모를 설정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걸 첫 번째 투자 원칙으로 삼으라”며 “손실은 빨리 털어내고 승자 기업에 계속 올라타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