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발전사업 계열사인 한화에너지가 3억달러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한다. 그린본드는 조달 자금의 사용처를 친환경 투자로 한정한 채권이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의 미국법인인 한화에너지USA홀딩스는 다음달 말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3억달러(약 3500억원)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만기는 3~5년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이 발행 주관을 맡고 있다.

한화에너지USA홀딩스는 조달 자금을 미국 현지 태양광발전 투자에 사용할 방침이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태양광사업 중 시스템·발전 부문을 맡고 있다. 한화케미칼(폴리실리콘), 한화큐셀(셀·모듈), 한화종합화학(시스템)을 아우르는 태양광 밸류체인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다.

한화그룹은 이번 그린본드 발행으로 국내 10대 그룹 중 다섯 번째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금융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다. 2016년 현대캐피탈(그린본드 5억달러)을 시작으로 열린 민간기업의 ESG 금융시장은 한동안 정체 상태에 머물다가 지난해부터 참여 기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국내 기업의 올 1~5월 ESG 채권 발행금액은 약 5조62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발행금액(4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과거엔 공기업과 은행 위주였던 발행기업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환경과 사회공헌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강력하게 친환경정책을 추진하면서 발행 열기가 민간 영역으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롯데물산(지속가능채권 2억달러)과 LG디스플레이(그린본드 3억달러)에 이어 올 4월엔 LG화학이 민간기업 사상 최대인 15억6000만달러(그린본드) 규모로 ESG 채권을 발행했다. 포스코도 다음달 중반을 목표로 5억달러어치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펴는 동시에 이달 직접 ESG 채권을 발행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낸 결과”라며 “그동안 시장 상황을 지켜보던 여러 기업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ESG 채권 발행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