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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 갈수록 싸진다?"…11년째 '4500원' 담뱃값의 역설 [프라이스&]
호주 가격은 한국의 7.5배, 영국은 5.3배
3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내에서 제조·수입해 판매하는 담배 465개 제품의 품목별 유해성분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궐련뿐 아니라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서 담배값에 적인 수치보다 높은 인체발암물질이 확인됐다. 정부는 성분 함량이 낮다고 질병 위험까지 낮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제품별 검사 방식이 달라 단순한 수치 비교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같은 날 ‘제1차 담배 유해성 관리 기본계획(2027~2031)’도 확정했다. 무연담배와 물담배 등으로 검사 대상을 넓히고 성분정보 제출과 검사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담배시장의 변화에 맞춰 정보 공개와 관리체계를 정비하는 조치다.
정부는 담배의 유해성을 강조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담뱃값은 11년 넘게 제자리에 머물며 주요 선진국보다 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WHO의 2025년 세계 담배 유행 보고서에 수록된 2024년 조사에서 국가별 최다 판매 브랜드의 궐련 20개비 가격은 한국이 3.25달러였다. 당시 환율을 적용한 호주 가격은 24.38달러로 한국의 약 7.5배, 영국은 17.21달러로 약 5.3배였다. 프랑스는 13.54달러, 독일은 9.42달러, 미국은 8.91달러였다. 일본도 3.94달러로 한국보다 높았다.
최저임금 기준 구매 노동시간 48분→26분
물가 수준을 보정해도 한국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다. 같은 조사에서 구매력평가(PPP) 기준 한국의 담뱃값은 5.73국제달러로 일본 6.43국제달러, 미국 8.91국제달러보다 낮았다. 환율에 따른 명목가격 차이만으로 한국 담배가 저렴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국내 가격은 2015년 주력 궐련 제품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 이후 그대로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5년 5580원에서 올해 1만320원으로 올랐다. 이를 기준으로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을 단순 계산하면 48.4분에서 26.2분으로 45.9% 줄었다. 세금 등을 공제하기 전 임금 기준이지만, 같은 가격의 담배를 사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이 크게 짧아진 것이다.
가격 인상은 국제적으로 검증된 금연정책 수단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뱃세 인상을 통한 가격 상승을 담배 사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조치로 제시한다. 특히 청소년과 저소득층은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해 흡연 시작을 막거나 금연을 유도하는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물가와 경제성장을 고려해 담배 구매 부담이 낮아지지 않도록 세금을 조정할 것도 권고한다.
11년 넘게 ‘4500원’ … 청소년도 쉽게 접해
청소년의 담배 사용 양상도 복잡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일반담배 흡연율은 3.3%로 전년의 3.6%보다 낮아졌다. 다만 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 가운데 최근 30일 동안 두 종류 이상의 담배를 쓴 비율은 61.4%로, 2019년 47.7%보다 높았다. 청소년 전체의 흡연 감소와 별개로 사용자 사이에서는 궐련과 전자담배 등을 함께 사용하는 행태가 확산한 것이다.
담배에 붙는 세금과 부담금의 구조도 가격정책의 핵심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4500원짜리 궐련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1007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개별소비세 594원 등 약 3323원의 제세부담금이 포함된다. 판매가격의 약 73.8%다. 세금 비중은 높지만, 대부분 개비 수를 기준으로 일정 금액을 매기는 방식이어서 물가와 소득이 올라도 세 부담이 자동으로 커지지는 않는다.
정부의 가격정책은 중장기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 사이에 머물러 있다. 복지부는 올해 3월 담배가격 인상 검토가 기존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담긴 중장기 정책방향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당시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