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중동발 공급 불안 탓에 메가와트시(MWh)당 100유로를 넘어섰다. 2022년 에너지 위기 이후 처음이다. 겨울철을 앞두고 가스 비축량이 부족한 가운데 이란 전쟁의 확전 우려와 한파 전망이 겹치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유럽 가스값 100유로 돌파…겨울 앞두고 8개월새 3배↑
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럽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12월물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5.43% 오른 MWh당 103.944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8일 근월물 가격이 장중 100유로를 넘어선 데 이어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말 근월물 가격이 MWh당 32유로 안팎이던 것과 비교하면 약 8개월 만에 세 배 이상으로 뛰었다.

가격을 밀어 올린 요인은 중동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이다.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송이 막히자 주요 수출국인 카타르의 공급이 줄었다. 유럽연합(EU) 에너지규제협력기구(ACER)에 따르면 올여름 EU에 들어온 카타르산 LNG는 사실상 없었다. 겨울에 쓸 가스를 채워야 하는 시기에 주요 공급원이 막힌 것이다.

전쟁이 격화하면 공급 차질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3일 중간선거 이후 이란을 추가 공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는 확전 시 카타르의 11~12월 LNG 수출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충격을 흡수할 비축량도 부족하다. ACER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EU의 가스 저장고 충전율은 75%다. 통상 겨울을 앞두고 목표로 삼는 90%에 못 미친다. 가스 유입이 줄어든 데다 가격까지 올라 여름철 재고 확보가 더디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난방 수요가 본격화하기 전 추가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 것이다.

한파가 닥치면 가스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난방 수요가 늘면 유럽은 부족한 물량을 메우기 위해 LNG를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ACER는 겨울철 유럽과 아시아가 LNG 물량을 놓고 경쟁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FT는 “이달 북유럽에 강한 추위가 찾아올 수 있다는 기상 전망도 가격을 밀어 올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강윤지 기자 yunto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