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이 8만건에 육박했다. 반면 거래량은 올해 고점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실수요자들이 관망하면서 기존 물건이 소화되지 않고 쌓이는 모습이다.

31일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7만9300여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가장 적었던 지난 1월19일보다 43% 넘게 증가했다. 연중 최고치인 지난 3월21일의 8만80건에도 근접했다. 매물이 늘었지만 거래는 급감했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915건이었다. 거래가 가장 많았던 지난 5월보다 56% 감소했다.

최근 매물 증가는 집주인이 한꺼번에 매물을 내놓은 결과라기보다 기존 물건이 팔리지 않고 누적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이 이어진 가운데 단기간 오른 집값에 부담을 느낀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어서다.

최근 3개월간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였다. 지난 29일 기준 성북구 아파트 매물은 3개월 전보다 53.9% 늘었다. 성동구가 43.6%로 뒤를 이었다. 동작구는 42.1%, 강동구는 39.4%, 송파구는 37.9% 증가했다.

성북구 대표 단지에서는 최근 거래가격이 직전 최고가보다 낮아진 사례도 나왔다.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20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단지 전용 84㎡는 지난 8월 19억1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면적과 층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금액만 보면 최고가보다 9000만원 낮다.

전용 59㎡는 지난 9월 거래가격이 14억3000만∼15억8000만원에 형성됐다. 지난달 30일 전용 59.97㎡ 13층은 15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확인되는 같은 면적대 매물 최저가는 14억9000만원이다. 최근 실거래보다 8500만원 낮은 수준이다.

호가가 일제히 떨어지는 모습도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일부 매물이 최근 실거래보다 낮은 가격에 나왔지만 선호 동과 고층 물건은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매물이 늘어도 집주인이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으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흐름이다.

강남권에서는 세제 개편에 따른 보유 부담 우려가 매물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성북구 등 중저가 지역에서는 단기간 가격이 오른 뒤 매수자의 가격 저항이 커진 점이 매물 적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매매시장의 관망세가 길어지면 일부 집주인이 팔리지 않은 집을 다시 전세나 월세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이 실수요자에게 팔리면 기존 임대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매매 거래의 회복 여부가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