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부터 한정 수량 재출시되는 농심 '볶음너구리'. /사진=연합뉴스
오는 27일부터 한정 수량 재출시되는 농심 '볶음너구리'. /사진=연합뉴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식품들이 돌아오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다. 농심 '볶음너구리'는 사전예약 물량이 1분에 400개꼴로 팔렸고, 롯데칠성음료의 양주 '캪틴큐' 한정판은 출고 하루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불황으로 신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지자 식품업계가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과거 인기 제품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지난 14일 자사 온라인몰에서 진행한 볶음너구리 사전예약은 시작 2시간 만에 마감됐다. 예약 물량은 3000세트로, 한 세트에 봉지면 16개가 담겼다.

이를 낱개로 환산하면 총 4만8000개다. 판매 시간인 2시간을 120분으로 나누면 1분마다 평균 400개가 팔린 셈이다. 농심은 지난 27일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정식 판매를 시작했지만 일부 유통채널에서는 품절이 이어지고 있다.

볶음너구리는 2017년 출시된 뒤 2024년 단종됐다가 올해 다시 돌아온 제품이다. 기존 너구리의 굵은 면과 해물 맛을 볶음면 형태로 구현해 과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단종 이후에도 재출시를 요구하는 소비자 반응이 이어지자 농심이 다시 판매에 나섰다.

과거 제품의 귀환이 흥행으로 이어진 사례는 볶음너구리뿐만이 아니다. 1980년 출시돼 2015년 생산이 중단된 롯데칠성음료의 캪틴큐는 이달 11년 만에 재출시됐다. 한정판으로 준비한 '캪틴큐 보물상자' 1만2000세트는 공장 출고 기준 하루 만에 모두 동났다.

편의점에서도 빠르게 팔려나갔다. CU에서는 캪틴큐 단품 판매량이 1만개를 기록했고 GS25에서는 입고 물량의 99%가 판매됐다. 지난 12일부터 28일까지 우리동네GS 앱에서 캪틴큐를 검색한 횟수도 60만회에 달했다. 이마트에서도 판매 개시 이틀 만에 입고 물량의 80%가 소진됐다.
농심이 지난해 되살린 '농심라면'도 흥행했다. 1975년 처음 출시된 이 제품은 재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2600만개를 기록했다. 삼양식품이 1963년 우지로 만든 삼양라면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삼양 1963' 역시 지난해 11월 출시된 뒤 지난 9월까지 2180만개가 팔렸다.

외식업계도 과거 인기 메뉴를 다시 선보이고 있다. 맘스터치는 2022년 단종된 '햄치즈휠렛버거'를 재출시했다. 앞서 되살린 '할라피뇨통살버거'는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판매 기간을 2주 연장했다.

버거킹이 지난 6월 재출시한 '롱치킨버거'는 지난 28일까지 300만개가 팔렸다. 롯데리아도 2004년 처음 선보였다가 2017년 단종한 '오징어얼라이브버거'를 2024년과 지난해 여름 한정 판매해 각각 2개월 동안 150만개씩 판매했다.

롯데웰푸드는 1995년 단종된 과자 '치토스 체스터쿵'과 2010년 자취를 감춘 아이스크림 '대롱대롱'을 한정판으로 되살렸다. '월드콘' 출시 40주년을 맞아 1986년 당시 포장을 재현한 제품도 내놨다.

업계에서는 단종 제품의 재출시가 불황기에 위험을 낮추면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본다. 새로운 브랜드를 처음부터 알리는 데 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과거 제품을 기억하는 소비자층도 곧바로 공략할 수 있어서다. 젊은 소비자에게는 과거 제품이 오히려 새로운 상품으로 받아들여지는 효과도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