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유튜브,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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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업! 큰손업!”

교복을 입은 남자 고등학생 5명이 고액 후원자를 부르는 구호를 외치며 춤을 춘다. 후원금 순위를 놓고 경쟁하는 이른바 ‘엑셀방송’을 흉내 낸 것이다. 해당 영상은 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 84만 회를 기록하며 확산했다. 댓글에는 “학교 평판 깎아먹지 마라” 등 학생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선정성과 과도한 후원 경쟁으로 논란을 빚어온 엑셀방송이 청소년 사이에서도 모방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이 엑셀방송을 따라하는 모습. 출처=유튜브,온라인커뮤니티
고등학생들이 엑셀방송을 따라하는 모습. 출처=유튜브,온라인커뮤니티
하지만 앞으로 유튜브에서는 이 같은 엑셀방송을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유튜브가 선정성과 무분별한 후원 유도로 논란을 빚어온 국내 엑셀방송 채널들을 잇달아 삭제하는 등 제재에 나서면서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청소년 보호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된 이후 관련 방송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반기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이용자는 “이제 저 거지 같은 엑셀방송도 정지됐구나. 알고리즘에 뜰 때마다 ‘관심 없음’, ‘이 채널 추천 안 함’을 누르느라 귀찮았는데”라며 환영했다.

다른 이용자들도 “진짜 꼴 보기 싫었는데 다행이다. 너무 유해한 것 같다”, “맨날 쇼츠에 엑셀방송 뜨면 신고했는데 드디어 삭제됐다”, “쇼츠 넘길 때마다 역겨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정감사를 계기로 플랫폼의 관리가 강화된 데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핼러윈에도 잠잠했던 엑셀방송

실시간으로 삭제되는 엑셀방송, 출처=유튜브,온라인커뮤니티
실시간으로 삭제되는 엑셀방송, 출처=유튜브,온라인커뮤니티
전날(31일) 핼러윈을 맞아 기자가 직접 유튜브를 살펴본 결과, 평소 실시간 방송 목록에 자주 등장하던 엑셀방송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라인업컴퍼니’, ‘학두상사’, ‘엣지상사’, ‘더케이’ 등 주요 엑셀방송 채널도 기존처럼 검색되지 않았다. 유튜브 라이브 추천 목록에 자주 노출되던 여성 출연자 중심의 엑셀방송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에서는 지난달 27일을 전후해 엑셀방송 채널들이 잇달아 삭제되거나 실시간 방송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채널은 방송 도중 갑자기 송출이 끊겼다는 전언도 나왔다. 삭제된 채널에는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에 따른 삭제 안내가 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확한 제재 규모와 개별 채널의 삭제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출처=유튜브,온라인커뮤니티
출처=유튜브,온라인커뮤니티
엑셀방송은 여러 출연자가 시청자 후원금을 놓고 경쟁하는 인터넷 방송이다. 후원자와 후원금 순위를 엑셀 표처럼 실시간으로 공개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과거 아프리카TV(현 SOOP)에서 유행했지만 최근 유튜브로 확산했다. 여성 출연자들이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고 춤을 추거나 후원금 액수에 따라 자극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선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일부 방송은 별도의 성인 인증 없이 시청할 수 있는 데다 화면에 계좌번호를 노출해 미성년자도 쉽게 후원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극적인 방송 장면이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등 짧은 영상으로 재가공돼 확산하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국감서 집중 질타…청소년 유해성 도마 위

고등학생들이 고액 후원자에게 경례 리액션하는 엑셀방송을 따라하는 모습. 출처=유튜브,온라인커뮤니티
고등학생들이 고액 후원자에게 경례 리액션하는 엑셀방송을 따라하는 모습. 출처=유튜브,온라인커뮤니티
엑셀방송 문제는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지난달 6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엑셀방송 등 자극적인 인터넷 방송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황 의원은 후원금 순위를 두고 경쟁하는 엑셀방송 등 자극적인 영상이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 심의기구가 협력해 일률적 금지가 아닌 청소년 보호 방안을 고도화해야 한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자체 관리 강화를 촉구했다.

미성년자의 고액 후원 문제도 논란을 키웠다. 지난달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학생 자녀가 엑셀방송 진행자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약 200만원을 후원했다는 학부모의 사연이 올라왔다. 해당 학부모는 플랫폼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엑셀방송의 후원 구조를 둘러싼 의혹도 국감에서 제기됐다. 실제 돈을 받지 않고도 후원금이 들어온 것처럼 표시해 시청자 간 경쟁을 유도하는 이른바 ‘가짜 후원’ 문제다. 방송 관리자가 후원자 이름과 금액을 임의로 입력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후원 시스템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인 계좌로 직접 송금하는 방식의 후원 역시 기존 결제 한도 규제의 사각지대로 꼽혔다.

이에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관련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유료후원 가이드라인을 개선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를 위한 입법적 보완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미통위는 국감 이전부터 유튜브 측에 청소년 보호 조치를 요청해 왔다고 설명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본지에 “지속적으로 엑셀방송과 관련하여 유튜브 측에 청소년 보호 관점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체적인 모니터링 및 연령제한 조치 등을 강화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튜브는 라이브 방송의 경우에도 선정성·사행성 등이 자체 약관에 위배되는 경우 연령제한이나 송출 제한 등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라며 “최근 엑셀방송에 대해 유튜브의 자율규제가 강화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전통무용학원’으로 위장?…제재 피하려 꼼수까지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다만 유튜브의 제재가 강화되자 이를 우회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기존 채널이 삭제되자 다른 계정을 확보하거나 방송 제목을 바꿔 엑셀방송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터넷 방송인 과즙세연의 엑셀방송이 거론된다. 구독자 약 6000명을 보유했던 엑셀방송 채널 ‘루키아카데미’는 지난달 26일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과즙세연 측이 구독자 약 3만명을 보유한 기존 유튜브 계정을 확보해 채널명을 ‘전통무용학원’으로 바꾸고, 지난달 27일과 29일 기존과 유사한 형태의 엑셀방송을 진행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다만 계정 확보 경위와 실제 운영 주체, 제재 우회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유튜브는 채널 폐쇄를 우회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공식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채널이 폐쇄된 운영자는 다른 유튜브 채널을 사용하거나 소유하거나 새로 만들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채널을 빌려 방송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 규정은 새로 확보한 채널뿐 아니라 폐쇄된 운영자가 반복적으로 또는 눈에 띄게 등장하는 채널에도 적용된다.
출처=유튜브,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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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남아 있는 영상도 문제다. 기자가 전날 확인한 일부 채널에서는 과거 엑셀방송의 자극적인 춤과 후원금에 반응하는 장면을 편집한 쇼츠를 찾아볼 수 있었다. 실시간 방송에 대한 제재만으로는 청소년의 유해 콘텐츠 노출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튜브 관계자는 이번 제재와 관련해 “모든 라이브 스트리밍은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의 적용을 받는다”며 “사용자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콘텐츠를 라이브 스트리밍하겠다고 시사하는 경우, 유튜브는 해당 콘텐츠에 연령 제한을 적용하거나 삭제할 수 있으며, 해당 채널의 라이브 스트리밍 권한을 정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적 만족을 위한 선정적인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며 “음란물을 게시하면 콘텐츠가 삭제되거나 채널이 폐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지희의 ITMI]는 국내외 IT와 관련된 트렌드와 현장 취재, 이슈, 인터뷰까지 다양한 TMI(Too Much Information)를 전합니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