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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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차이나 사장을 지낸 리카이푸가 창업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는 ‘보스 인공지능(AI)’으로 불리는 AI 시스템이 있다. 회사 내부 기록과 커뮤니케이션을 모두 들여다보는 AI다. 얼마 전 이 AI는 두 팀이 서로 모른 채 석 달 동안 똑같은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과거 같으면 이런 문제를 찾아내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건 중간관리자의 몫이었다. AI가 이런 일을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기업 조직에서 중간관리자가 맡아온 역할도 흔들리고 있다.

리 최고경영자(CEO)는 1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AI가 기업의 조직 구조를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바꿀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중간관리자를 줄이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58년 경영학자들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 컴퓨터가 보급되면 1980년대까지 중간관리자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컴퓨터가 회계와 문서 작성 등 관리 업무를 상당 부분 자동화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000년대 초 실리콘밸리에서도 조직의 관리 단계를 없애는 이른바 ‘대평탄화(Great Flattening)’가 유행했다.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도 관리자를 대폭 줄였다. 결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비용 처리부터 인사 문제까지 각종 업무가 경영진에게 몰리면서다. 특히 여러 언어와 문화권의 직원이 함께 일하는 조직을 운영하려면 중간에서 업무를 조정하는 사람이 필수적이었다. 결국 구글은 몇 달 만에 관리자들을 다시 배치했다.

하지만 지금의 AI는 이전의 자동화 기술과 다르다는 게 리 CEO의 판단이다. 컴퓨터가 관리자가 하던 ‘일’을 줄였다면 AI는 관리자가 존재했던 이유 중 하나인 ‘정보 격차’ 자체를 줄일 수 있어서다.

최고경영자가 모든 직원과 대화하고 모든 보고서를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장과 경영진 사이에 여러 단계의 관리자가 생긴 이유다. 그러나 AI는 회의 녹취록부터 사내 메신저, 고객 문의, 사업 문서까지 기업 내부에 흩어진 방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분석할 수 있다. 경영진이 중간 보고를 거치지 않고 현장을 파악할 길이 열린 셈이다.

중국 빅테크인 텐센트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다우슨 통 텐센트 수석부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기업용 AI가 사내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해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서로 다른 내부 시스템에 갇힌 데이터 장벽을 허물어 의사결정자가 사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AI는 조직의 크기도 줄일 수 있다. 통 부사장은 “AI로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한 사람이 더 많은 책임을 맡을 수 있게 됐다”며 “AI가 기업 조직의 모습을 상당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CEO는 맨 위에는 최고경영진이 있고 그 아래에는 ‘직접책임자(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가 자리하는 구조로 조직이 변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이 내부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DRI는 하나의 성과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을 뜻한다. 하나의 제품이나 시장, 주요 리스크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는 FT에 “대기업에서는 기존 중간관리자 가운데 일부가 DRI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새로운 AI 도구를 빠르게 익히는 관리자들이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AI 도입으로 중간관리자란 직무가 아예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 일을 AI에 맡길지 판단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직원과 부서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AI가 반복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수록 중간관리자는 직원 육성, 갈등 조율 등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리 CEO는 “기업이 실무를 AI 에이전트에 맡기더라도 부서와 협력사, 고객과의 관계는 여전히 인간만이 가진 능력에 의존한다”며 “이런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