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눈에 띄게 움직인 종목을 골라, 숫자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기업과 산업의 변화를 오세성 기자가 천착(穿鑿)합니다. 전체 심층 기사 내용은 한국경제신문의 유료 프리미엄 플랫폼 한경프리미엄9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구글 뉴올버니 서버실 모습. 사진=구글
구글 뉴올버니 서버실 모습. 사진=구글
AI 매출이 급등해도 주가를 지탱하기에는 부족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클라우드 매출이 두 배 넘게 늘었지만 막대한 투자 지출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오라클은 현금흐름 흑자 전환 시점과 추가 자금조달 규모를 제시했다.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은 AI 사업의 성장뿐 아니라 그 성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도 중요해졌음을 보여준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알파벳 A주(GOOGL)는 1.34% 오른 324.89달러에 마감했다. 그러나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한 뒤 시간외 거래에서 9.97% 하락한 292.50달러를 기록했다. 오라클(ORCL)은 투자자의 날 행사가 열린 이날 정규장에서 10.73% 오른 144.54달러에 마감했고, 시간외에서는 2.44% 내린 141.01달러에 거래됐다. 시간외 주가는 모두 미 동부시간 오후 7시59분 기준이다.

알파벳의 3분기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307억9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3% 증가했다. AI 인프라와 서비스 수요가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회사 전체 매출과 주당순이익은 시장 예상에 못 미쳤다. 주가 하락에는 이 같은 실적 실망도 겹쳤다.

현금흐름에서는 투자 부담이 더 뚜렷했다. 알파벳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422억9000만달러였지만, 설비투자에 지급한 현금은 513억5500만달러였다. 영업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를 뺀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90억6500만달러였다. 2분기 마이너스 58억5500만달러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적자다.

여기에는 데이터센터 투자 외의 요인도 있었다. 자체 AI 반도체인 TPU 시스템을 판매하기 위한 재고 확충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과징금 관련 52억달러 현금 납부가 영업현금흐름에 부담을 줬다.

오라클은 앞으로의 현금흐름에 관한 시간표를 내놨다. 회사는 2027∼2028회계연도에 설비투자가 정점을 찍고 2029회계연도부터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8회계연도 하반기인 2027년 12월∼2028년 5월에 FCF를 흑자로 전환하고, 2029회계연도에는 300억달러 이상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그때까지 필요한 자금의 범위도 제시했다. 오라클은 2030회계연도까지 자본시장에서 추가로 조달할 금액을 200억달러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주식 발행과 부채 조달을 각각 100억달러로 예상했다. 기존 부채의 차환은 제외한 수치이며, 2027회계연도 1분기에 이미 마친 200억달러 주식 발행과도 별개다.

오라클은 공급업체 금융, 고객이 직접 제공하는 하드웨어, 고객 선수금 등을 활용해 초기 현금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매출 증가만으로 모든 투자를 감당하기 전까지 자금 조달과 지급 시점을 함께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알파벳의 FCF는 이미 나온 실적이고 오라클의 수치는 앞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다. 투자자가 확인할 것은 AI 매출과 수주가 늘어나는 속도, 투자 지출이 안정되는 시점, 그사이 추가로 필요한 차입과 증자 규모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