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둘은 내 몫" 불길 뛰어든 족발집 모자…역삼동 방화 속 영웅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연쇄 방화 사건 당시 긴박했던 신고 통화 내역과 함께 현장에서 고립자 구조와 소방로 확보를 도운 시민들의 행적이 확인됐다.

24일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119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11시 55분께 접수된 신고에서 통화자는 "빨리 오세요. 지금 사람 구해야 돼요", "안에 사람 갇혀 있어요"라며 구조를 요청하는 동시에 현장 시민들에게 "나와요, 나와요", "조심"이라고 외치며 대피를 유도했다. 이보다 1분가량 앞선 신고에서도 "어떤 아저씨가 와서 불을 질렀다", "지금 탈출을 못하니 제발 빨리 와달라"는 다급한 구조 요청이 접수됐다.

불길과 연기로 건물 내 피해자들이 고립되자 인근 상인들과 행인들이 즉각 현장 수습에 힘을 보탰다.

화재가 발생한 신명빌딩 옆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송인희(69) 씨는 "사람 살려"라는 비명을 듣고 주방 가스 불을 끈 뒤 밖으로 뛰어나갔다. 송 씨는 건물 창가에서 구조를 요청하던 시민 2명을 발견하고 곧장 대로변으로 나가 소방대원들에게 건물 뒤편에 사람이 있다고 알렸다. 송 씨의 아들도 소방대원들의 구조용 사다리 설치를 지원했으며 소방관들이 진입해 두 사람을 구조해냈다. 송 씨는 "주변에 사람이 없어 '저 두 사람은 내 몫'이라는 생각에 소방관들에게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방차량의 현장 진입을 돕기 위해 교통정리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인근 피자 매장 직원은 경찰 도착 전 혼잡해진 도로로 나와 통행을 유도했다. 오토바이를 운행 중이던 한 여성 배달원 역시 주행을 멈추고 수신호로 차량 흐름을 분산시켰다. 이를 목격한 인근 자영업자 김누리(39) 씨는 "소방차가 막히자 피자집 직원과 배달원이 직접 수신호로 현장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역삼동 연쇄 방화 사건으로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1명을 포함해 총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빌딩 두 곳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는 지난 22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 출석 당시 피해 특허법인 측에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직전 특정인을 수소문했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살인미수 혐의 추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