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22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해 1100조원 규모의 지출을 예고했다. AI 사업 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AI 버블이 다시 우려된다. 메타가 대규모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투자 부담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투자 급증에 신주 발행까지

공짜로 '뮤즈' 뿌리던 메타…1100조 베팅 역풍에 주가 '털썩'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지난 9월 메타의 장기지출약정은 8250억달러(약 1093조원)로 두 달 만에 1140억달러 늘어났다. 장기지출약정은 기업이 여러 해에 걸쳐 돈을 지급하기로 계약한 금액을 말한다.

데이터센터·전력·네트워크 시설 장기임차, 반도체 구매 계약, 클라우드 구매 의무 등이 포함된다. 세부적으로는 아직 개시되지 않은 리스 계약이 3557억달러, 취소 불가능한 계약이 4545억달러, 조건부 클라우드 구매 의무가 147억달러어치다.

메타가 새로 발행하기로 한 의결권 없는 클래스C 주식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메타가 AI 인프라 투자에 자금을 대는 방법으로는 현금, 회사채 발행, 신주 발행 등 세 가지가 있다. 그런데 올해 3분기 잉여현금흐름은 -21억2000만달러였다. 경영진은 회사채를 추가 발행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남은 방법은 신주 발행이었다. 메타의 재무자문사 모엘리스는 마크 저커버그 의결권을 과반으로 유지하면서 주식 발행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최대 7000억달러라고 추정했다. 당연히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는 희석된다.

신주 발행의 이유로는 치열해지는 AI 기업 간 자금 조달 경쟁을 꼽았다. 메타 독립위원회는 오픈AI, 알파벳(구글 모회사), 앤트로픽 등을 거론하며 “이들이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포화 상태로 만들기 전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익성은 ‘아직’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메타는 아직 AI 사업의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달 출시한 AI에이전트 뮤즈를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관련 매출과 손익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날 수전 리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로 뮤즈의 높은 계산 부하를 꼽았다. 현재 메타는 뮤즈 사용자에게 주당 토큰(AI 연산 기본 단위) 1억 개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는 155달러(약 20만원)어치다. 메타는 이날 일본에서도 뮤즈를 출시했다. AI에이전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오픈AI가 지난달 29일 ‘닷츠’를 공개한 데 이어 앤트로픽도 이달 21일 ‘클로드 듀엣’을 내놨다.

자금 조달 우려는 채권시장으로 확산했다. 이날 메타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장중 114.79bp(1bp=0.01%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CDS는 기업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위험에 대비하는 파생상품으로, 메타의 신용위험 우려가 커졌다는 뜻이다. 이날 메타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6.98% 내린 648.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4.4%), 코어위브(-10.06%) 등 AI 인프라 관련주도 급락했다.

◇韓 반도체엔 호재

다만 늘어난 메타의 장기구매약정이 한국 반도체업계에는 호재로 평가된다. 메타 투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메타는 지난 19일 자사 AI 데이터센터 ‘프로메테우스’를 공개하며 장기적으로 약 100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현재 엔비디아 GB200·GB300 GPU를 쓰고 있고 차세대 베라루빈 GPU를 추가할 예정이다. 베라루빈에는 288기가바이트(GB) 용량의 HBM4가 들어간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29년 메모리 공급 과잉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젠슨 황은 “메모리의 진짜 장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라며 메모리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