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에도 골목상권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식당과 술집은 물론 비교적 창업 문턱이 낮은 카페마저 점포 수가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 수출 급증에 따른 역대급 경상 흑자의 온기가 가계소득과 소비로 충분히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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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100대 생활업종 사업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전국 한식음식점은 40만2616곳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547곳(1.6%) 줄었다. 같은 기간 분식점은 4만7387곳으로 2689곳(5.4%), 패스트푸드점은 4만7126곳으로 465곳(1.0%) 감소했다. 태국·베트남 등 기타외국식음식점도 3만384곳으로 145곳 줄었다.

술집의 감소세는 더 가팔랐다. 호프주점은 1만9507곳으로 1년 전보다 1894곳(8.8%) 줄었다. 간이주점도 7775곳으로 717곳(8.4%) 감소했다.

코로나19 당시에도 빠르게 늘었던 카페 역시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카페 등 커피음료점은 8월 말 9만3581곳으로 전년 동월보다 1300곳(1.4%) 줄었다. 커피음료점 사업자는 2022년 말 9만3069곳에서 2023년 말 9만5801곳으로 증가했지만 2024년 말 9만5564곳으로 감소 전환했다. 지난해 말에는 9만3356곳으로 줄었다.

식당과 술집, 카페 등 내수 업종의 부진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과 대조적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반도체 수출액은 340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 증가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전체 수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반도체 효과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3.6%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가계의 구매력 개선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더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1~7월 실질임금 상승률은 0.2%에 그쳤다. 올해 1~9월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1만7000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이후 가장 작았다.

소비문화 변화와 업종 내부 경쟁 심화도 골목상권을 압박한다. 술집 감소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음주 빈도와 소비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음주 빈도는 8.8일로 전년(9.0일)보다 감소했다. 하루평균 음주량도 6.7잔에서 6.6잔으로 줄어들었다.

커피숍은 과도한 출점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직격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점포를 확대하면서 중소·개인 카페의 경쟁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많다.

식자재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것도 외식업계에 부담이 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9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623원)보다 8.3% 올랐다. 비빔밥 한 그릇 가격도 1만1577원에서 1만2000원으로 3.7% 뛰었다. 원료값 상승에 메뉴 가격을 올렸지만 소비자가 외식 횟수를 줄이거나 편의점과 집밥 등 대체재를 찾으면서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