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통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경기 부천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았다. 김 소방위는 전날 부천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가 순직했다. 이 대통령은 고인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범준 기자
< 침통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경기 부천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았다. 김 소방위는 전날 부천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가 순직했다. 이 대통령은 고인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범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빈소를 찾아 고개를 숙이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사과했지만 추미애 경기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기 부천 소방관 순직 참사와 맞물려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당원들의 징계·출당 요구까지 이어져 여권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추 지사는 지난 17일 부천 공장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순직한 소방관의 빈소를 찾아 사과했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방 예산을 ‘골치 아픈 재정 빨대’에 빗댄 지 나흘 만이다. 추 지사는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며 “구조적 재정 문제를 말하다가 나온 표현상의 실수인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 곤혹 > 추미애 경기지사가 부천 도장공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의 빈소를 17일 조문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곤혹 > 추미애 경기지사가 부천 도장공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의 빈소를 17일 조문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추 지사는 경기도 소방 인건비 1조1000억원 가운데 정부 지원이 800억원에 불과하다며 지방정부가 감당하는 재정 부담을 강조하려던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표현을 두고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구조적인 재정 문제를 제기하려던 취지와 별개로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 발언의 무게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비판도 이어졌다. 5선 중진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구화지문 설참신도(口禍之門 舌斬身刀·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를 인용하며 “말의 본뜻이 그게 아니라고 해명할 일이 아니라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먼저 하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는 권리당원들이 추 지사 비상징계와 출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이번 소방관 순직 참사 이후 수차례 사죄 성명을 냈다. 이용우 대변인과 이주희 원내대변인에 이어 김 대표까지 당 차원의 사과에 나섰고, 경기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 등도 동참했다. 특히 김 대표는 “당 소속 공직자의 이런 부적절한 발언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숙의를 거쳐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추 지사에게 자제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추 지사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에 공개적으로 반대하자 김 대표는 ‘당에서 제어하겠다’고 했고, 이후 자제를 위한 노력이 임계점에 달했다고 언급했다. 이번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예고했다. 한 초선 의원은 “김 대표가 당내 규율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 지사의 잇단 당내 이견 표출이 이번 발언 논란과 겹치며 당 지도부의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추 지사 사퇴를 요구했고,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경기도의 추가경정예산에서 소방차량 보강 예산과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 사업비가 삭감 대상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공방과 별개로 지방 소방 재정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20년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인건비 등 관련 재정 부담이 모두 중앙정부로 이전된 것은 아니다. 지방세수 여건이 악화하면 인건비 같은 경직성 경비가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을 제약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추 지사의 실언은 문제지만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지방정부가 재정을 감당하는 이 문제를 당 차원에서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