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계열인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 움직임에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중복 상장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미국 손자회사의 사업 확장을 위한 현지 자금 조달을 국내 자회사의 물적분할 시각에서 바라보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솔리다임 美상장에 정치권 '엉뚱한 잣대'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오기형·김한규·김현정 의원 등은 개정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주주 보호 원칙을 들어 솔리다임 상장이 모회사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규 의원은 “일반적으로 중복 상장은 모회사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솔리다임 해외 상장은 그렇지 않다는 특수한 사정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전형적인 사례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안철수·나경원 의원이 솔리다임 상장 계획 재검토를 요구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의 낸드 메모리·저장장치 사업을 인수한 뒤 미국에 솔리다임을 설립했다. 솔리다임 IPO는 인수합병(M&A)으로 세운 미국 손자회사의 현지 상장이라는 점에서 기존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를 별도 상장하는 중복 상장과는 결이 다르다.

솔리다임은 차세대 낸드플래시 기술 전환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사업 확대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솔리다임이 나스닥시장 상장을 통해 성장 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본다. 호남권에서 메가프로젝트 투자를 주도하는 SK하이닉스는 공정거래법 이슈로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막혀 있고, 여유 자금을 해외로 내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선 정치권이 솔리다임을 과거 물적분할 사례로 동일시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애널리스트는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기업 이익을 전략적으로 미래 성장 사업 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지침을 마련했다”며 “자칫 정치권의 과도한 중복 상장 우려가 국내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아 주주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솔리다임 상장을 무조건 중복 상장 프레임에 가둬 기업의 손발을 묶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도 있다”며 “성장을 위해 투자하면 모회사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내용으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자금 조달 계획과 관련해 기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