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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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에 방치했던 쌀밥을 재가열해 먹은 20대 남성이 급성 간부전과 신장 손상을 포함한 전격성 다장기부전을 일으켜 긴급 간 이식 평가까지 받은 치명적 식중독 사례가 보고됐다. 흔히 가벼운 구토나 설사로 끝나는 쌀밥 식중독이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주의가 요구된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MC 로테르담 대학병원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BMJ 증례보고(BMJ Case Reports)'를 통해 '부적절하게 보관한 쌀밥 섭취 후 세레울라이드(cereulide) 생성 바실러스 세레우스균과 관련해 발생한 전격성 다장기부전' 증례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평소 지병이 없던 20대 남성 A씨는 전날 조리한 쌀밥 요리를 섭취한 뒤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해당 음식은 주방 온도가 30도를 웃도는 환경에서 냉장 보관 없이 하룻밤 동안 방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입원 당시 전신 발작과 심각한 저혈당 증세를 보였으며, 검사 결과 급격한 간 기능 악화와 혈중 암모니아 수치 상승, 급성 신장 손상 및 젖산산증이 동반된 다장기부전으로 진행됐다.

반적인 식중독과 달리 구토나 설사 증상 없이 상태가 악화한 A씨는 긴급 간 이식 가능성까지 검토됐으나, 포도당 공급과 대사 이상 조절, 투석 등 집중 치료를 거쳐 입원 3일째부터 간 기능을 회복하며 이식 대기 명단에서 제외됐다. A씨는 이후 신장 기능도 호전돼 퇴원했으며 재활 치료를 거쳐 일상으로 복귀했다. 함께 음식을 먹은 형제는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인 뒤 이틀 만에 회복했다.

이번 다장기부전의 원인으로는 A씨가 먹은 남은 밥과 혈액에서 고농도로 검출된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균의 '세레울라이드' 독소가 지목됐다.

토양 등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바실러스 세레우스는 쌀이나 파스타 같은 탄수화물 식품에서 주로 증식하며, 이 균이 생성하는 세레울라이드 독소는 열에 강해 일단 형성되면 다시 가열하더라도 제거되지 않는다.

의료계에서는 지난 2022년 오스트리아에서도 오염된 볶음밥을 먹은 성인 5명 중 1명이 치명적인 급성 간·신장 부전을 겪는 등 세레울라이드 독소의 위험성이 지속해서 보고되고 있다며 조리 식품의 적정 온도 보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