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예비 창업자를 기업인으로 키우는 벤처스튜디오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벤처스튜디오가 만든 기업을 창업기업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 분야로 사업 확장을 준비하는 벤처캐퍼털(VC)과 엑셀러레이터(AC)들이 부쩍 많아졌다.
◇전 세계 벤처스튜디오 1100여곳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스튜디오가 설립한 기업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창업기업으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AC와 VC 등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벤처스튜디오는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기업을 만드는 조직을 뜻한다. 사업성 검토부터 창업팀 구성, 법인 설립, 경영 지원 등의 역할을 맡는다. 이미 설립된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VC나 AC에 인큐베이팅 기능을 더했다고 볼 수 있다. 벤처스튜디오를 통한 창업은 장점이 많다. 초기부터 전문가가 개입하는 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외부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고 인수·합병(M&A)이나 상장(IPO)을 통한 자금 회수도 빠르게 이뤄진다.
빅벤처스튜디오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벤처스튜디오는 1100곳이 넘는다. 미국 바이오 전문 벤처스튜디오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은 최근 한국 총괄 인력을 선임하며 국내 시장 진출에 나섰다. 모더나를 비롯해 100개 이상의 과학기술 기반 기업을 탄생시킨 곳이다.
국내에서는 공유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를 설립한 패스트트랙아시아가 대표적인 벤터스튜디오로 꼽힌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민트벤처파트너스가 유명하다. 키프로테오, 지노트원, 뷰브레인헬스케어, 루세라헬스케어 등 4곳의 창업을 이끌었다. 내년에도 최소 두 곳 이상의 바이오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C가 직접 기업을 만든 사례도 있다. 더인벤션랩은 소비재 브랜드를 기획·개발하는 자회사 브랜드포지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씨엔티테크도 무인매장 운영 기술을 개발하는 오더인과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티브를 사내벤처 형태로 만들었다.
◇“대학·연구소 창업과 연계”
국내에서 벤처스튜디오 시장을 키우려면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벤처스튜디오는 창업 초기부터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기 때문에 신설 스타트업의 지분 중 절반 안팎을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다. 이 경우 신설 기업은 스타트업이 아닌 벤처스튜디오의 자회사로 분류된다. AC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2020년 시작점, 2022년 아워스팟을 자회사 형태로 설립했다. 당시 중기부는 AC의 경영지배 목적 투자 범위를 제한한 규정을 근거로 회사 설립을 막았다.
이후 관련 규정이 개정돼 AC의 직접 창업은 허용됐다. 하지만 벤처스튜디오가 만든 스타트업이 창업기업으로 인정받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법인이 주식 30%이상을 직간접으로 소유할 경우 창업기업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창업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모태펀드, 팁스(TIPS) 등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송재훈 민트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연구엔 능하지만, 기업을 만드는 데는 서툰 대학이나 연구소와 벤처스튜디오를 연결해주고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중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