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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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반도체를 빨아들이면서 일부 서버 가격이 1년 만에 최대 4배 수준으로 뛰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가 공장 증설에 나섰지만 공급난이 풀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기업들은 최소 2028년까지 비싼 서버값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16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AI 열풍 속 2027년 서버 및 스토리지 비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D램과 낸드플래시 부족에 따른 서버·스토리지의 높은 가격과 긴 납기가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가트너가 지난 8일 공개한 보고서 초록에는 "AI가 촉발한 2026년 서버·스토리지 비용 상승이 기업의 정보기술 인프라 투자 예산을 크게 압박하고 장비 확장과 교체 사업을 무산시켰다"며 "기업은 적어도 2028년까지 높은 비용과 긴 조달 기간을 전제로 예산을 세워야 한다"고 명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버 가격은 전년 대비 2~4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고사양 서버는 올해 말까지 가격이 전년보다 최대 3.5배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서버 가격을 밀어 올린 주범은 프로세서가 아니라 메모리다. 가트너는 메모리가 이미 서버의 성능뿐 아니라 제조원가를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2015년 서버 제조원가의 39% 수준이던 메모리 비중은 올해 59%까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면 2030년에는 AI용이 아닌 일반 서버에서도 전체 원가의 3분의 2를 메모리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를 살 때 중앙처리장치(CPU)보다 얼마나 많은 D램과 저장장치를 넣느냐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대가 된다는 의미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메모리 ‘싹쓸이’가 있다. AI 가속기에는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D램이 필요하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을 확대하자 반도체 업체들은 생산능력을 수익성이 높은 HBM과 기업용 고용량 제품에 우선 배정하고 있다.

기존 서버와 스토리지, 개인용컴퓨터(PC),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가트너는 올해 D램 공급 부족률을 6%, 낸드플래시 부족률을 9%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D램 가격은 올해 237%, 낸드플래시는 29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주요 메모리 업체는 신규 생산시설을 짓고 있지만 당장 공급을 늘리기는 어렵다. 반도체 공장은 건설부터 장비 반입과 시험생산, 수율 안정화까지 통상 2~3년이 걸린다.

가트너는 현재 진행 중인 증설이 실제 공급량 증가로 이어지는 시점을 2027년 중후반 이후로 내다봤다. 생산능력이 늘어난 뒤에도 서버와 스토리지 업체들이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판매가격을 빠르게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이 같은 강도로 계속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트너는 별도 분석에서 D램 가격이 2027년 말부터 2028년 상반기 사이 안정되기 시작하고 2028년에는 의미 있는 가격 하락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이 개선되더라도 서버 가격이 2025년 수준으로 곧바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서버에서 시작된 가격 충격은 일반 소비자 제품으로도 번질 전망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게임기 등에 공통으로 들어간다. 제조사가 늘어난 부품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소비자도 메모리 공급난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가트너는 AI가 촉발한 메모리 가격 상승을 '메모리플레이션'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이 현상이 비AI 제품 수요를 2028년까지 위축시키거나 구매를 늦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과 소비자가 비싼 가격 때문에 서버·PC·스마트폰 교체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의미다.

공급난이 장기화하면 메모리 업체에는 높은 수익성이 이어질 수 있지만 서버를 구매해야 하는 기업에는 부담이 커진다. 가트너는 기업들이 급하게 장기 공급계약을 맺기보다 장비 교체 시기를 조정하고, 업무에 필요한 메모리 용량을 다시 산정하며, 기존 서버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