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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공동체는 꿈인가"…日 닛케이도 본격 조명
최태원 SK그룹회장 제언
한국 재계 제안 넘어 일본의 협력 의제로
“이념에 얽매일 여유 없다”
한국 재계 제안 넘어 일본의 협력 의제로
“이념에 얽매일 여유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 ‘한일 경제공동체는 꿈같은 이야기인가, 장래에는 여권 없이 왕래? 이상은 유럽연합’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일본과 한국은 같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에서 발언권도 높일 수 있다는 구상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일 경제공동체는 최 회장이 2024년 제언했다. 사람과 상품, 자본,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유럽연합(EU)을 모델로 삼는다. 신문은 실현 시 국내총생산(GDP)이 6조달러를 넘어 미국과 EU, 중국에 이은 세계 4위 경제권이 된다고 소개했다.
“규칙 따르는 나라에서 만드는 쪽으로”
신문은 공동체의 목표를 국제 규칙을 따라가는 위치에서 벗어나 규칙을 만드는 쪽에 서는 것으로 해석했다.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이 경제적 역량을 결합해 국제질서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양국의 접근을 촉진하는 배경으로 꼽았다. 한일 모두 미국과의 동맹에 안보를 의존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중국의 위압에도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내에서 진영을 넘어 대일 경제협력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 편집 세미나에서 한국 측 참석자들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일본과의 경제 관계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진보 성향 한국 언론사 참석자의 “한국과 일본은 사이좋게 지낼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소개하며 “세대가 바뀌고 시대도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경제계도 공동체 구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한일 경제인회의에서는 일본 측 참석자들의 전향적인 의견이 잇따랐다는 것이다.
에너지·반도체 협력부터 단계적으로
신문은 공동체가 형성되면 한국은 자국 인구의 3배가 넘는 내수시장에 접근할 수 있지만 일본은 약 1.5배에 그친다고 비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7월 발표한 조사에서 공동체 구상에 대한 찬성 비율은 한국이 약 70%, 일본이 약 60%였다. 역사 문제도 남아 있어 경제적 기대가 사회적 수용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인 출발점으로는 에너지 조달과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제시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공동 구매·비축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고, 한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과 일본의 소재·장비 경쟁력을 결합하면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중간 단계로 꼽았다. 양국 사이에 별도의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경제동반자협정(EPA)이 없는 만큼 한국의 CPTPP 가입만으로도 경제 자유화를 크게 진전시킬 수 있다고 봤다.
신문은 최 회장이 공동체 구상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공멸’이라는 표현을 들어 협력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양국의 구조적 문제와 급변하는 국제환경을 고려하면 함께 쇠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그러면서 “한일 모두 이제 이념에 얽매일 여유는 없을 것”이라며 공동체 논의가 소모적인 대립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