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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떨어졌지만 변호사 맞다"…백악관 대변인 황당 해명
재커라이어 "변호사와 개업변호사는 달라"…美법조계는 고개 갸웃
첫 브리핑 14분 만에 종료·보수 매체 질문만 받아…자질 논란 확산
첫 브리핑 14분 만에 종료·보수 매체 질문만 받아…자질 논란 확산
1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케이티 재커라이어 백악관 대변인은 보수 성향 매체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시험에 응시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당시 1년 반 동안 장거리 연애를 해온 남성과 결혼해 중국으로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혼하게 돼 매우 신나고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며 "그냥 시험을 보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 결과는 어느 정도 중요하지 않았다"며 "중국에서는 변호사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으로 이주한 뒤 시험 결과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논란의 핵심은 시험 불합격 자체가 아니라 재커라이어 대변인이 이후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해왔다는 점이다. 그는 폭스뉴스 등 방송에 출연해 '변호사로서'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개에도 변호사라고 적었다. 지난해에는 한 비영리단체에서 법률고문 직함을 사용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가 관련 방송 출연 사례를 분석한 언론인의 조사 내용을 전한 데 따르면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폭스뉴스에서만 최소 18차례 변호사 경력을 내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결혼 전 성까지 포함해 조회했지만 미국 내 변호사 자격 등록 기록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자신이 '변호사(lawyer)'라고 했을 뿐 '개업변호사(attorney at law)'라고 소개하지는 않았다며 허위 경력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랫동안 여러 법률 전문가에게 변호사라고 표현하면서 법률 조언이 아닌 법률 분석을 제공해도 되는지 물었다"며 "모두 문제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 부분을 매우 조심스럽게 처리했고 개업변호사인 것처럼 행동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lawyer'와 'attorney'는 일상적으로 혼용된다. 두 표현 모두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정식 자격을 취득해 법률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의 모교인 페퍼다인대의 한 법학 교수도 월스트리트저널에 “어디에서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을 변호사라고 부르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 때문에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커라이어 대변인을 발탁하면서 그를 '애토니(attorney)'라고 명시적으로 소개했다.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커라이어 대변인이 어느 주에서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는지 묻자 그는 재커라이어 대변인에게 직접 답변하도록 했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당시 "중국으로 갔을 때"라고 답해 혼선을 키웠다. 중국에서는 외국인이 현지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없어 이 답변으로 자격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았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페퍼다인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중국 베이징의 로펌 중룬에서 국제거래 관련 업무를 했다. 당시 직책은 국제 법률 컨설턴트 성격으로 미국이나 중국 변호사 자격이 필요하지 않았으며, 법률 의견은 중국인 파트너 변호사가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재커라이어 대변인이 법률 업무가 아니라 소통 능력을 인정받아 기용됐다는 입장이다. 재커라이어 대변인도 "백악관 대변인의 역할은 대통령의 메시지를 확대하고 언론과 관계를 구축하면서 행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 후 첫 브리핑도 자질 논란에 불을 붙였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준비된 원고를 읽는 데 상당 시간을 쓴 뒤 약 14분 만에 브리핑을 끝냈다. 질문은 브라이트바트와 폭스뉴스, 데일리메일 등 보수 성향 매체 세 곳에서만 받았다.
우크라이나와의 정보 공유가 중단됐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하지 못하고 "확인한 뒤 답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백악관 브리핑에서 기자 수십명의 질문이 이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짧은 데뷔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브리핑을 두고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류 언론과 거침없이 충돌하며 대통령의 입장을 강하게 전달하는 대변인을 선호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를 재커라이어 대변인이 충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