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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도박 같아"…삼전닉스 역대급 실적에도 '서늘한 경고' [테크로그]
중국 추격에 반도체주 '휘청'
AI 인프라 기업 투자도 변수
AI 서비스·서버 매출은 급증
AI 인프라 기업 투자도 변수
AI 서비스·서버 매출은 급증
중국 추격에 반도체 대표 주자들 '휘청'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추격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드리운 불안감이 커졌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4F²(포에프스퀘어)' 구조와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한 차세대 서버용 D램 모듈을 연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최소 선폭·간격(F)을 전제로 저장 셀 면적을 기존 6F²보다 이론상 33.3% 줄이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생산비를 낮춘다면 기존 업체들의 가격결정력을 흔들 수 있는 상황. 이 같은 경쟁 우려 속에 주요 반도체주들이 최근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다만 기술 공개만으로 대량생산 능력이 입증되진 않는다. 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연구해온 기술이지만 원가·수율이 걸림돌이었다. CXMT의 양산 수율과 공급 규모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의 기술 수준을 한국과 비교하면 D램은 1~2년, 고대역폭메모리(HBM)는 3년 이상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추격은 메모리뿐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쳐있다. 알리바바·화웨이는 자체 AI 칩을 키우고 바이트댄스는 미디어텍과 맞춤형 칩 공급을 협상하고 있다.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해외 조달선을 넓히면서 자립화도 함께 추진하는 모습이다. 중국산 극자외선(EUV) 광원 시제품은 양산까지 3~5년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광원 개발을 전체 노광장비 자립으로 볼 수는 없다.
'AI 인프라' 기업들 투자 여력도 변수로
기존 주요 반도체 기업들 입장에서 더 큰 '변수'는 제품을 사들이는 AI 인프라 기업의 투자 여력이다. 칩 판매사의 매출은 이를 구매하는 기업의 투자비다. AI 서비스 매출이 늘어도 투자비·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데이터센터 확장과 반도체 주문이 흔들릴 수 있다.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AI 조정의 여파는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인 하이퍼스케일러의 세계 투자적격등급 채권 발행 비중은 2024년 1% 미만에서 현재 10%로 커졌다. 베인앤드컴퍼니는 AI 컴퓨팅 수요를 감당하려면 2031년까지 연간 6조달러에 이르는 매출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기존 활용 분야의 매출 잠재력은 1조2000억~1조8000억달러. 김태훈 서강대 교수는 "신약 개발 분야든, 피지컬 AI든 발전 정도나 규모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AI 인프라 기업의 수익성을 우려하는 전망이 누적되면서 관련 기업들 주가도 출렁였다. 금리가 오르면 AI 인프라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빌리는 돈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데 이 같은 차입 부담은 이미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물가 지표 발표 이후 코어위브는 16%, 오라클은 9% 하락했다. 네비우스·델을 포함해 4곳의 시가총액 약 800억달러가 사라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어위브는 채권 220억달러를 발행하고 대출 260억달러를 조달했다. 코어위브가 발행한 한 채권의 시장 수익률은 지난 6월만 해도 9.625%였지만 최근 15%로 뛰었다. 이는 회사가 추가 자금을 빌릴 때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신호다. 투자자들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투자비 회수도 관건…"뭐에 투자하는지 몰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I 인프라 기업들의 투자 회수 가능성을 경고하는 전망도 이어졌다. 가트너는 현재와 같은 투자 속도가 이어지면 2030년 말까지 3조5000억달러 넘는 AI 인프라 투자가 자산손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봤다. 자산손상은 설비 등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가보다 낮아져 자산 가치를 줄인 뒤 반영하는 것이다.데이터센터 소유 기업이 계획된 설비투자와 자금조달 비용을 충당하고 가트너가 최소 요구수익률로 가정한 투자자본수익률(ROIC) 12%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누적 매출 8조5000억달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기간 데이터센터에 귀속될 AI 매출은 최대 3조6000억달러라는 계산. AI 관련 서비스 매출이 늘어도 데이터센터 소유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제한적이란 의미다. 가트너는 2030년까지 AI 특화 클라우드인 네오클라우드 사업자 중 80% 넘는 업체가 독립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웨이퍼·메모리 부족을 해소해나가고 있지만 앞으로 최대 제약은 자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많은 투자자는 자신이 무엇에 투자하는지 전혀 모르면서도 매우 극단적인 기대를 품었다가 카지노에서 도박하는 것과 거의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속도도 둔화했다. 모건스탠리 집계를 보면 전 세계 AI 관련 신규 채무 발행액은 올해 6월 1130억달러에서 지난달 230억달러로 줄었다. 올해 누적 발행액은 466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10억달러)를 웃돌지만 앞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영향이 컸던 데다 투자 회수 우려도 높아진 상황이다.
AI 서비스 매출 '급증'…낙관론 지지 신호도
반면 낙관론을 지지하는 신호들도 적지 않다. 앤트로픽은 지난 14일 투자설명회에서 올 3분기 매출이 168억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45% 늘고 조정 기준 흑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AI 서비스에서 실제 매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트렌드포스는 내년 전 세계 AI 서버 매출이 올해보다 90% 이상 늘어난 92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출하량은 약 36% 증가한다는 관측이다. 9대 클라우드 기업의 자본지출도 60% 늘어 1조5000억달러를 넘는단 전망을 내놨다. 다만 부품 가격 상승·선급금 요구도 지출 확대 요인 중 하나인 만큼 투자액 증가를 물량 증가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TSMC도 올 4분기 매출 전망치를 523억~543억달러로 제시했다. 3분기 매출(467억2000만달러)를 웃돈다는 것.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나노 공정의 빠른 양산 확대를 포함해 첨단 공정에 대한 강한 수요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호황 속 중국의 추격과 AI 인프라 전망이 복병으로 남은 꼴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