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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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액 가운데 3조5000억달러가 넘는 금액이 2030년 말까지 자산손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AI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투자비를 감당하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에 특화된 클라우드 사업자 10곳 중 8곳 이상이 2030년까지 독립적인 사업 운영을 중단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2030년 AI 인프라 투자액 자산손상 위험"

지난 14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 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설비투자를 이어갈 경우 2030년 말까지 3조5000억달러(약 4703조원) 이상의 AI 인프라 투자액이 자산손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자산손상은 기업이 보유한 설비 등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액보다 낮아져 자산 가치를 줄여 반영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AI 데이터센터가 기대했던 만큼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투자 자산의 가치를 낮춰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이미 천문학적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트너는 AI 공급업체들이 올해 AI 인프라 구축에만 1조달러 가까이 지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추가로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만 6조달러에 이른다.

"AI 데이터센터 기업들 8조달러 이상 벌어야"

문제는 투자 규모에 걸맞는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느지 여부다. 가트너의 윌 소머 시니어 디렉터 애널리스트는 기업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AI 매출만으로 이 기간 계획된 모든 AI 설비투자에서 수익성 있는 투자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가트너가 제시한 수익성 확보 기준은 더 구체적이다.

AI 데이터센터 소유 기업들이 2030년까지 발표된 설비투자와 자금조달 비용을 충당하고 투자자본수익률(ROIC) 12%를 달성하려면 누적 매출 8조500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는 앞서 글로벌 컨설팅어베 베인앤드컴퍼니가 "AI 컴퓨팅 수요를 감당하려면 2031년까지 연간 6조달러 매출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보다도 높은 액수다. 가트너는 이 12%를 투자에 요구되는 최소 수익률인 '허들레이트'로 가정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업·소비자 AI 매출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에 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최대 3조600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필요한 매출과 확보 가능한 매출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문제는 AI 시장에서 매출이 늘어나더라도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기업이 그만큼 수익을 모두 가져갈 수 없는 구조라는 데 있다.

가트너는 AI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기업 대다수가 자산을 '직접 많이 보유하지 않는' 경량자산 사업 모델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이 직접 데이터센터를 짓는 대신 다른 기업의 서버를 빌려 사용하는 방식이 대다수인 것. 이 경우 AI 서비스 이용자가 지불한 돈은 서비스 제공 기업의 매출로 잡히지만 실제 데이터센터를 소유한 기업에는 서버 사용료 등 일부만 돌아가게 된다.

가트너는 이 같은 사업 구조 때문에 전체 AI 매출 중 대규모 AI 인프라를 직접 소유한 기업으로 돌아갈 몫이 절반도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더라도 데이터센터 운영업체가 투자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는 셈이다.

"빨라야 2032년 투자자본수익률 12% 달성"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투자비 회수에 실패할 경우 자산손상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가트너는 현재의 AI 인프라 투자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2년까지 4조달러가 넘는 자산 가치가 하향 조정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시나리오에선 12%의 투자자본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시점도 빨라야 2032년 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타격이 집중될 것으로 지목된 곳은 네오클라우드 사업자들이다. 네오클라우드는 AI 연산에 특화된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

다양한 사업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하이퍼스케일러와 달리 네오클라우드 업체는 AI에 최적화된 서비스형 인프라(IaaS)와 관련 플랫폼에서 투자 수익을 확보해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가트너는 비용 부담과 차별화된 사업 모델 부족으로 2030년까지 네오클라우드 사업자 가운데 80% 넘는 업체가 독립적인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봤다.

AI에 최적화된 IaaS 시장 자체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다. 관련 지출액은 2027년 660억달러에서 2030년 1740억달러에 이른다는 것. 시장 규모가 커지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맞춰 성장 속도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가트너의 판단이다.

소머 애널리스트는 "기업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AI 사업에서 발생하는 매출만으로는 계획된 모든 AI 설비투자에서 수익성 있는 투자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기간 기업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체 AI 매출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에 귀속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3조6000억달러에 그치고 전체 AI 매출 중 상당한 규모의 AI 인프라를 직접 소유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