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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좀 살려주세요"…강선우 실형 선고에도 "억울" 이유는
1심 유죄 확정에도 "진실은 드러날 것" 항변
실형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강선우 혐의 부인
사면·복권 거쳐 정치 무대 복귀한 사례 다수
실형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강선우 혐의 부인
사면·복권 거쳐 정치 무대 복귀한 사례 다수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는데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을 두고, 향후 '사법 피해자' 행세를 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유죄가 확정된 뒤에도 수사·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하다가 사면·복권을 거쳐 정치권에 복귀한 전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 징역 2년 6개월·법정구속…”반성하는 태도 없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14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 의원에게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은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원이었다.
강 의원에게 1억원을 건넨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게는 징역 1년이 선고됐다.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강 의원의 전 보좌관 남모 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선고됐다. 구속기소됐다가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난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이날 법정에서 다시 구속됐다.
재판부는 김 전 시의원이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강 의원을 만났다고 봤다. 이후 남씨를 통해 공천 대가로 1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공소사실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기부받았다"며 "선거 공정성을 저해하고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또 강 의원이 거액을 받았고,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들었다.
사건은 지난해 말 녹취록 공개로 불거졌다. 2022년 4월 강 의원이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에게, 보좌관이 1억원을 받아 보관 중이라며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한 내용이었다.
김 전 시의원과 남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강 의원은 보좌관이 자신 몰래 돈을 받은 것이고, 자신은 알게 된 뒤 반환을 지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차량 출입 기록 등을 근거로 남씨 진술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며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선고 이후 강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정말 억울하다. 저는 어떤 돈도 받은 적이 없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진실은 반드시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강 의원이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1심 판결이라 항소심과 상고심이 남았다. 이 단계에서 혐의를 인정하면 상급심에서 다툴 여지가 사실상 없어진다.
의원직도 걸려 있다. 상급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강 의원은 의원직을 잃는다. 추가 재판도 앞두고 있다.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은 김 전 시의원이 지방선거 이후 수십 명 명의로 강 의원에게 1억3000여만원을 후원했다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 의혹으로 추가 기소됐다. 이 사건 첫 재판은 오는 30일 열린다.
◆ 유죄 확정에도 "진실은 다르다"…사면·복권 거쳐 복귀한 정치인들
실제로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뒤에도 수사·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한 정치인이 사면·복권을 거쳐 정치 무대에 복귀한 사례는 여럿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건설업자 한만호 씨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그는 판결 직후 입장문을 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시작된 정치보복이 자신에게서 끝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의 기획수사라는 주장도 폈다. 당시 법원은 한 전 총리 동생에게 흘러간 1억여원, 돈 전달에 쓰인 캐리어, 회사 관계자 진술 등을 종합해 유죄로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여권은 당시 수사팀의 위증 교사 의혹을 제기하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그 배경에 사면·복권 의도가 깔려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정부는 결국 2021년 12월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형 집행을 마친 한 전 총리를 복권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021년 7월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판결에 따른 책임은 감당하겠지만, 법정에서 진실 찾기를 멈춘다고 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2022년 12월 신년 특사로 사면됐다. 이어 2024년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는데,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복권으로 출소했다. 그는 출소하며 자신의 사면이 '검찰독재 종식'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엿새 뒤에는 복당 절차를 마쳤다.
보수 진영도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등으로 2020년 10월 징역 17년이 확정되자 "법치가 무너졌다"고 했다. 측근들은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 신년 특사로 사면됐다.
◆ "사법 불신 조장" vs "국민 통합"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죄 확정 뒤에도 판결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을 공격하는 행태가 사법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 김 전 지사 복권 당시, 복권됐다고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기자는 자신의 SNS에 "강 의원이 이렇게 마지막까지 혐의를 부인하면 속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이 모든 게 검찰이 꾸민 음모라고 진지하게 생각한다"며 "순진한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 이 모든 게 조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게 진실은 다툼의 여지가 있는 논쟁거리로 둔갑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역대 정부는 사면·복권이 국민 통합을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강 의원 사건은 1심 판결만 나온 상태로, 상급심 판단이 남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