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시멘트기업 쌍용C&E가 창립 64년 만에 서울 본사를 강원도로 옮긴다. 주력 생산기지인 동해공장에 경영지원 기능을 배치하고 영월공장에는 환경사업부문을 모은다. 건설경기 침체와 생산비 부담에 대응해 경영진과 생산현장의 거리를 좁히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쌍용C&E는 지난 14일 서울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본사 주소지를 서울시에서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로 변경하는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오는 12월부터 동해공장에서 본사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1962년 설립된 쌍용C&E는 연간 1500만t의 시멘트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1964년 영월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1968년 동해공장을 완공하며 강원도에 생산기반을 구축했다. 동해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1150만t으로 회사 전체의 약 77%를 차지한다.

이번 이전으로 기획·회계·지원·감사 등 경영지원 기능은 동해공장으로 이동한다.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환경사업부문은 영월공장으로 옮긴다. 수도권 고객과의 접점과 업무 연계가 중요한 영업·자금·전산 기능은 서울사무소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본사 소재지는 동해로 정하되 사업별로 동해·영월·서울의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이번 결정의 핵심이 생산현장 중심의 경영체계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시멘트 생산량을 늘려 단위당 고정비 부담을 낮추는 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탄소배출권 비용 등을 함께 고려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현장 상황을 바로 파악하고 생산·운영방식을 협의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쌍용C&E 관계자는 “무조건 생산량을 늘리기보다 비용과 현장 여건을 고려한 최적 생산이 중요해졌다”며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협의해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업계에는 지방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함께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삼표시멘트는 강원 삼척에 본사를 두고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서울사무소를 운영한다. 삼표그룹의 서울 거점도 수송동에 있지만 시멘트 법인의 본사 소재지는 삼척이다. 한라시멘트도 강릉시 옥계면에 본사와 본공장을 두고 서울에 별도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쌍용C&E는 이번 이전이 주소 변경에 더해 경영진과 경영지원 조직을 실제 생산거점으로 옮기는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한 서울 사무실 비용 절감이나 매각 준비 차원의 결정이라는 해석에도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진이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관사 수리 등 이전에 따른 추가 투자비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조직개편과 지역별 이전 인원은 11월 초에서 둘째 주께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회사는 사무공간과 직원 주거, 가족 동반 이주에 따른 자녀 학교 문제 등 정착 여건을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의 세제 혜택 등 이전 인센티브는 아직 구체적으로 협의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