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수천 명을 AI 개발자로"…日, 사무·영업직 대전환
"사토 과장님, 다음달부터 AI 개발부서로 옮기세요."

일본 3대 금융그룹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사무·영업직 직원 수천 명을 인공지능(AI) 개발자로 전환한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는 직원도 AI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다. AI 도입으로 사무직 업무를 대폭 줄이는 동시에 기존 인력을 개발 분야로 재배치하는 것으로, 일본 기업의 화이트칼라 고용 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즈호는 오는 11월부터 산하 은행과 증권회사 직원 5만 명을 대상으로 AI 개발 인력 전환을 시작한다. 우선 사무·영업직 수십 명을 선발하고 향후 10년간 수천 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연령이나 기존 직무에 제한을 두지 않고 희망자를 우선 선발한다. 관리직을 경험한 베테랑 직원도 대상이다. 기존 부서의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연간 여러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한다. 직무 전환에 따른 급여 체계는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전환 대상자는 3개월간 전문 교육을 받은 뒤 곧바로 AI 개발 업무에 투입된다. 과거에는 AI 개발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습득하는 데만 약 1년 6개월이 걸렸지만, 생성형 AI가 프로그래밍과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면서 교육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게 됐다.

미즈호는 현장 업무를 잘 아는 직원들이 직접 AI를 개발하면 실무에 적합한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전문 개발자들은 복잡하고 고도화된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나눌 계획이다.

3개월 교육받은 은행원이 AI 개발…사무직 업무 5000명분 줄인다

미즈호가 새롭게 양성하는 AI 개발자들은 대출 심사와 고객 상담, 자산운용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의 자동화를 맡는다.


대표적인 분야는 대출 심사에 필요한 자료나 고객 제안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AI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은행 직원들이 직접 처리하던 서류 작성과 자료 정리 업무를 AI에 맡기고, 확보한 시간을 고객 상담과 영업 활동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운용 상담을 제공하거나 계좌 개설 절차를 안내하는 대화형 AI도 개발한다. 영업과 사무 업무를 경험한 직원들이 개발에 참여하는 만큼 현장의 수요를 시스템에 직접 반영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즈호는 AI 활용을 통해 향후 10년간 사무직 업무량을 최대 5000명분 줄일 계획이다. 단순 반복 업무를 AI로 대체하면서 기존 사무직 인력을 새로운 업무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금융권의 전통적인 직무 구분을 허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은행 직원들은 사무직과 영업직, 기술직으로 나뉘어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비전문가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어 사무직과 기술직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질 전망이다.

AI 인재 쟁탈전…日 기업들 대규모 직무 전환

미즈호가 외부 채용보다 내부 인력 육성에 나선 배경에는 AI 개발 인재 확보 경쟁이 있다. 일본 인재 서비스 기업 레바테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AI 개발 관련 구인배율은 10배를 넘어섰다. 구직자 1명당 10개 이상의 일자리가 있다는 의미다. 생성형 AI 개발과 사이버 보안 분야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금융기관들도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즈호는 외부 개발자를 대규모로 채용하는 대신 기존 직원들의 직무를 전환하는 방식으로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로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JR동일본은 전체 직원의 약 10%인 5000명을 AI 등 디지털 분야의 개발 인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미쓰이창고홀딩스도 기존 직원들을 개발 분야로 재배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해외 금융기관들도 AI를 중심으로 인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는 향후 수년간 전체 직원의 10%인 약 4000명을 감축하는 대신 AI 관련 인력은 1000명가량 늘릴 계획이다. 미국 JP모간체이스 역시 AI 전문 인력을 확충하면서 사무직 신규 채용은 줄인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 AI는 결제와 대출, 자산운용 등 핵심 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사무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을 AI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 분야로 전환하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은행원이 전통적인 화이트칼라 직종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미즈호의 이번 결정이 일본 기업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사무 업무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역할과 직무 체계 자체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