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연일 ‘닥공’(닥치고 공급)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적용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이주비 대출 규제가 민간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정비사업이 수도권 주택 공급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규제 개선 없이는 공급 확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영통1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을 찾아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주택시장 안정을 이루기 어렵다”며 “수도권 주택 공급의 80% 이상을 민간이 담당하는 만큼 민간 정비사업을 신속히 추진하지 않고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제도에서 즉시 개선할 수 있는 사항과 남은 기간 착공 실적을 높일 실효성 있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10·15 대책 이후 강화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이주비 대출 규제로 거래가 위축되고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다.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거래 후에도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없어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다만 5년 실거주·10년 보유 요건을 충족하거나 생업·질병·취학·결혼에 따른 이주, 상속 주택 이전 등의 사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양도가 허용된다.

이주비 대출도 규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는 ‘8·13 대책’에서 이주비 대출을 금융회사 대출 총량 관리에서 분리하고, 담보인정비율(LTV) 산정 기준을 종전자산평가액과 종후자산평가액 중 큰 금액으로 적용하도록 완화했다. 그러나 규제지역의 LTV 40%와 최대 6억원 한도는 유지했다.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재개발은 분담금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주택 거래가 원활해야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담금 증가와 전·월셋값 상승에 따른 이주비 대출 수요 확대가 예상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투기과열지구 내 정비사업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양도 제한 시점을 조합설립인가 이후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