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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2차전지 소재 계열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주가가 박스피를 뚫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3개월 새 주가가 70% 넘게 오르며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을 제치고 당당히 그룹 내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인공지능(AI)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에 힘입어 주력 제품인 동박의 몸값이 높아진 덕분이다.

◇케미칼·쇼핑 제치고 시총 1위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그룹 시총 1위 올랐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14일 정규장에서 전일 대비 8.38% 오른 5만56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 상반기 2만원대에서 8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지난 7월 조정장을 거치며 다시 2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최근 3개월간 주가가 76.79% 상승하면서 그룹 내 위상이 높아졌다. 이날 기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시총은 2조9115억원으로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2조5403억원), 롯데케미칼(2조4596억원)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연고점을 찍은 5월 4일에도 롯데케미칼 시총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최근 화학주가 상대적으로 부진해지자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주력 제품은 2차전지 및 반도체 기판의 핵심 소재인 동박이다. 구리를 종이처럼 얇게 편 막으로, 활용처에 따라 2차전지에 들어가는 ‘전지박’과 인쇄회로기판(PCB)용인 ‘회로박’으로 나뉜다. 2023년 롯데그룹은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2조70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이 회사를 일진그룹으로부터 인수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이 이어지면서 인수 이듬해인 2024년 적자(-644억원)로 전환했고, 지난해엔 손실폭이 1452억원으로 커졌다. 주가도 4만원대에서 2만~3만원대로 반 토막 났다.

반전을 맞은 건 올해부터다. 일반 동박보다 표면을 더 매끄럽게 만든 초극저조도 회로박(HVLP)이 AI 가속기 필수품으로 부상하면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소재주’를 넘어 ‘AI 밸류체인주’로 변신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4년부터 선제적으로 HVLP에 투자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AI 가속기용 HVLP4 양산에 성공했다. 올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에 납품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 공급망에 진입했다.

◇ESS용·범용 회로박도 공급 부족

최근 HVLP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며 주가도 반등했다. AI산업이 커지면서 HVLP 공급처는 AI 가속기를 넘어 광 트랜시버, AI 서버 메인보드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약점으로 꼽힌 수율 문제도 해결 국면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범용 라인과의 혼용 생산으로 HVLP 수율이 60% 안팎에 그쳤지만, 올 4분기부터 전용 생산라인이 가동돼 수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수율 개선에 따른 수익성 향상은 내년부터 본격 반영된다.

증권사들은 올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적자 규모가 1400억원대에서 500억원대로 줄고, 내년엔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도 올해 9000억원을 회복한 뒤 내년에는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AI 가속기 외 다른 산업에서도 동박 수요가 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고부가가치 HVLP에 집중하다 보니 메모리 모듈 기판에 들어가는 범용 회로박에서 공급 부족이 빚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내년부터 회사는 ㎏당 가공비를 1~2달러씩 올릴 계획”이라며 “1달러 인상 때마다 영업이익 500억원이 늘어 수익성 개선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