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열 시장 "용인 반도체에 물대는 광주…상생 지원 필요"
“국가 반도체산업을 위해 광주시가 협력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물과 관로만 내주는 도시가 돼서는 안 됩니다. 반도체 산업과 광주가 함께 성장할 상생 방안이 필요합니다.”

박관열 경기 광주시장(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광주의 산업구조를 바꾸는 기회로 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통합용수공급사업을 광주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현안으로 꼽았다. 약 47㎞에 이르는 용수관로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가 광주를 통과한다. 지난 50년간 팔당 상수원 보호 규제로 산업시설 유치와 도시 개발에 제약을 받아온 광주로서는 국가산업에 기여하는 만큼 지역 발전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이 지난달 9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사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광주가 관로만 지나가는 희생지역으로 남지 않도록 정부의 책임 있는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이 구상하는 광주의 미래는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하는 자족도시다. 광주시는 정부에 인공지능(AI) 스마트 공공주택 3만 호 공급과 국가산단 조성, 반도체·AI 연구개발(R&D) 시설 유치 등을 제안했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 제1차관을 만나 정부 주택공급 대책에 포함된 4500호 외에 역세권을 중심으로 2만 호 규모의 공공주택지구를 추가 지정하고, 공공산업단지도 조성해 달라고 건의했다.

박 시장은 “주택만 늘리면 서울 등으로 출퇴근하는 베드타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광주 안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정부와 수혜기업이 참여하는 상생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범정부 상생협의체 구성과 특별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원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용수관로 사업을 중첩규제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박 시장은 “상수원 보호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면서도 “수십 년 전 만든 획일적 규제가 지금의 환경기술과 지역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염총량과 하수처리 능력 등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산업시설에는 입지를 허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시장은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관로 경유지역의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달라고 건의했다. 시민들과 함께 ‘용인반도체 산단 상생 발전 범시민연대’도 출범시켰다.

재난 대응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 광주시는 소하천 80곳, 총연장 약 116㎞를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기반 홍수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소하천 단위로는 전국 최초다. 실제 하천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강우량에 따른 침수 위험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교통난 해소도 핵심 과제다. 박 시장은 “출퇴근에 두세 시간씩 걸린다는 시민들에게 그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 시정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시는 상습 정체구간의 신호체계 개선과 버스 노선 조정, AI를 활용한 교통 흐름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서울시 등과는 심야버스 도입을 협의 중이다. 경강선 셔틀열차 운행 계획은 코레일 등과 협의를 마친 뒤 발표할 예정이다.

관광 분야에서는 남한산성에서 천진암까지 이어지는 28㎞ 역사문화 둘레길을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조성하고 있다. 박 시장은 “관광객이 스쳐 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걷고 먹고 머무는 관광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선 9기 구호로 ‘시민과 직통하는 광주’를 내건 박 시장은 경안시장과 경기광주역 등에 거점 시장실을 두고 이동시장실도 운영한다. 그는 “임기 4년 뒤 시민들에게 ‘출근길이 조금 빨라졌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