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아처 램리서치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세미콘웨스트 2026 대담 중 대럴 아이사 미 하원의원에게 미 독립선언문이 식각된 반도체를 선물하고 있다. / 사진=김인엽 특파원
팀 아처 램리서치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세미콘웨스트 2026 대담 중 대럴 아이사 미 하원의원에게 미 독립선언문이 식각된 반도체를 선물하고 있다. / 사진=김인엽 특파원
"해외에서 만든 반도체에 미국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킬 스위치가 들어있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전 미국이 적국의 공격에 암전(暗轉)된다는 시나리오의 무게감 때문일까. 미 하원에서 25년을 지낸 중진 대럴 아이사 의원(캘리포니아·공화당)의 이같은 발언에 좌중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는 "미 정부는 그간 어떤 반도체를 수출하거나 통제할지 집중해왔지만, 어떤 반도체를 수입할지는 고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 최대 반도체전시회 '세미콘웨스트 2026'을 지배한 화두는 '미국은 과연 반도체 생태계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이었다. 팀 아처 램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아이사 의원과의 대담 말미에 독립선언문 전문이 식각된 반도체를 선물했다. 미국이 '반도체 독립'에 나서야한다는 의미를 전한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 30년 간의 '아시아 확장'을 멈추고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리쇼어링하고 있다. 2035년까지 미국 내 생산시설과 기술 개발 등에 2500억달러(약 334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스콧 개츠마이어 마이크론 부사장은 "과거에는 공장을 한 번에 하나씩 건설했지만 지금은 아이다호주에 2개, 뉴욕주에 1개, 총 3개를 동시에 짓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뉴욕주에서 첫 공장이 완공되기 전 두 번째 공장 건설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 만드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츠마이어 부사장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고객사들이 공급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미국 생산비용이 더 높지만 미국에서 만들어진 메모리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자체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케빈 유니스 뉴욕주 경제개발공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공장 건설을 위해 40개의 인허가, 600개 이상의 절차가 있었지만 전담 조직을 통해 절반으로 줄였다"고 강조했다. 미국 입장에선 반도체 기업의 국내 복귀지만 주 차원에서는 기업 유치 경쟁이다. 이날 세미콘웨스트 전시장에서도 뉴욕·텍사스·애리조나 등 각 주가 부스를 설치해 더 유리한 조건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공급망 불안에 대응해 직접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글로벌파운드리의 프라딥 싱 최고제조책임자(CMO)는 "팬데믹 이후 화학 물질과 가스를 확보하기 점점 어려워져 일부는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모든 반도체 생태계를 확보할 수는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됐다. 프랑크 헤임스커르크 ASML 수석부사장과 랄리타 이마네미 인텔 파운드리 부사장은 "어느 한 국가나 기업, 지역도 최첨단 반도체를 혼자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초지능(SI) 기술을 수출하는 브랜던 레밍턴 상무부 국제무역청 부차관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공급망인 SI 기술 생태계에는 동맹국과 협력국 기업의 제품도 포함돼있다"며 동맹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