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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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제작한 보고서를 검증 없이 동료에게 넘기고, 참석자 몰래 회의 내용을 녹음해 AI로 정리하는 일이 직장 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사용 범위와 공개 방식에 관한 에티켓이 직장인 사이에서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최근 무분별한 AI 사용이 조직 내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AI가 작성한 이메일을 그대로 보내거나 직원의 성과 평가처럼 당사자에게 중요한 내용을 AI로 지나치게 축약하면 상대방에게 무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이 최근 1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챗GPT가 작성한 상사의 이메일을 읽은 응답자들이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응답자들은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판단이 필요한 소통에 AI를 활용할수록 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실한 AI 결과물을 동료에게 넘기는 이른바 ‘워크슬롭’도 문제다. 워크슬롭은 겉으로는 그럴듯한 결과물처럼 보이지만 업무를 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 내용이 부족한 AI 생성물을 뜻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미국 정규직 사무직 근로자 11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0%는 직전 한 달간 워크슬롭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워크슬롭 한 건의 부족한 내용을 수정·보충하는 시간은 평균 2시간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직원 1만 명을 둔 기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 같은 비용이 연간 900만달러(약 122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AI 활용에 따른 직장 내 사생활 침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녹취·요약하는 AI 도구 사용이 빈번해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AI 사용을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직장 내 새로운 에티켓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IBM리서치는 “‘단순히 AI를 활용했다’고 밝히는 것보다 어떤 작업에 활용했는지, 사람이 최종 검토했는지 등을 함께 안내하면 부정적 인식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