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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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과거의 문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집값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도 시장은 쉽게 꺾이지 않고 추가 상승 가능성까지 제기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주 0.09%에서 0.12%로 확대됐고, 강남권의 하락세도 진정되는 양상입니다.

현재 주택시장이 다시 상승 국면에 진입한다면 과거와는 다른 변수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이 달라진 만큼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과 판단 기준도 다시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세금과 대출, 전·월세 수급, 분양가에서 나타나는 네 가지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동안 부동산 세제 정책은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거래세의 완화와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택을 사고팔 때 내는 세금보다 보유하는 동안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가 체감하는 보유 비용이 커질수록 주택 보유와 임대 방식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현상을 단순히 집주인의 세금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주택 수요가 탄탄한 핵심 선호 지역에서는 늘어난 보유 비용이 매매가격이나 임차료에 일부 반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입주 물량 부족과 실거주 의무 등 수급 문제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는 조세 부담의 전가까지 임대차 가격을 움직이는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전·월세 시장 전반에 구조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둘러싼 고민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금리가 올라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이제는 원리금 부담에 앞서 “과연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는가”라는 대출 한도가 주택 구매 여부를 좌우합니다.

당국에서 대출 규제 강화 가능성을 시사할 때마다 일부 주택 수요자는 앞으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받아들입니다.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지만, 규제 강화에 대한 예상이 오히려 주택 구매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살펴야 합니다. 대출 문이 더 좁아지기 전에 집을 사려는 선매입 수요가 유입되면 단기적으로 거래와 가격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월세 시장에서는 가격보다 매물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10월10일 기준 서울 전·월세 매은 연초보다 16%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밖으로 이동한 인구가 2만 명을 넘은 현상도 주거비 부담과 매물 부족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의 수급 여건도 녹록지 않습니다. 2030년까지 서울 정비사업장에서 발생할 이주 수요는 18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이주 수요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비사업 이주가 본격화하면 전·월세 매물을 둘러싼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습니다.

전세시장의 기능을 조정하려는 정책도 시장 상황과 충분히 맞물려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세 공급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요가 매매와 월세로 한꺼번에 이동하면 다른 시장의 가격 부담까지 커질 수 있어서입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164만원을 넘어서고 월세 거래 비중도 70%에 육박하면서 매매가격과 월세가 함께 오르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주거비 상승은 청년과 신혼부부, 중산층의 자산 형성을 어렵게 만듭니다. 서울에서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한 수요가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하면 해당 지역의 매매가격과 임차료까지 밀어 올릴 수 있습니다. 서울의 전·월세 부족이 서울 안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주택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분양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으면 수요자가 청약을 외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사비와 토지가격 상승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높은 분양가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수요자가 늘고 있습니다.

수요자가 높아진 분양가에 적응하면 그동안 사업성 확보가 어려웠던 서울과 수도권 외곽 정비사업의 여건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분양 수입이 늘어나면 조합원의 분담금 부담을 덜고 사업 추진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양가 상승이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개선하고 다시 주변 구축 아파트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신축 아파트를 공급하는 비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기존 주택 가격만 큰 폭으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높은 분양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수록 신규 아파트 가격은 기존 주택 가격을 지지하는 기준선으로 작용합니다. 고분양가가 주택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이 되는 셈입니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는 거래세보다 보유세, 원리금보다 대출 한도, 전월세 가격보다 매물 부족, 분양가 저항보다 고분양가 수용이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 변화는 서로 독립된 현상이 아니라 맞물려 움직입니다. 보유 비용과 대출 규제가 매물을 줄이고, 전·월세 부족이 매매 수요를 자극하며, 높아진 분양가가 기존 주택 가격을 지지하는 구조입니다.

과거의 경험칙만으로 현재 시장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상승을 전제로 주택을 서둘러 매입해서도 안 됩니다. 실수요자는 소득과 대출 한도, 원리금 상환 능력, 보유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투자자 역시 지역별 공급과 임대차 수급, 정비사업 추진 속도, 분양가 수준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주택시장의 규칙이 달라지고 있다면 자산 관리 전략도 달라져야 합니다. 섣부른 낙관이나 비관보다 시장을 움직이는 변수를 정확히 읽고 자신의 자금 여건과 주거 목적에 맞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美 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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