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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보다 힘들었다"더니…서울대 출신 31세 청년 일냈다
류건희 피플즈리그 대표
학교 급식실서 일하며 조리로봇 개발한 건축학도
군복무 중 책 읽으며 창업 결심
튀김·볶음 등 대용량 조리 자동화
"외식업계의 TSMC 되겠다" 포부
학교 급식실서 일하며 조리로봇 개발한 건축학도
군복무 중 책 읽으며 창업 결심
튀김·볶음 등 대용량 조리 자동화
"외식업계의 TSMC 되겠다" 포부
류건희 피플즈리그 대표(31·사진)는 12일 인터뷰에서 “급식실에서 보낸 하루하루가 군대 훈련보다도 혹독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솥봇 개발을 위해 피플즈리그 엔지니어들이 6개월가량 급식 현장에 상주하며 하루 500~1000인분의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아침 8시부터 30~40㎏에 달하는 식재료를 장시간 젓고 튀김 요리에서 발생하는 유증기를 마시다가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솥봇은 튀김, 볶음, 파스타 등 주요 급식 메뉴의 조리를 자동화해 조리 종사자들이 맡아온 힘든 작업을 대신한다. 현재 경기, 대전, 제주 지역 16개 학교에 도입됐다.
◇위생복 입은 개발자들
류 대표는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4년 서울대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뚜렷한 진로를 정하지 못했던 그는 군 복무 중 경제와 플랫폼 사업에 관한 책을 읽으며 창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류 대표는 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고교 동창 황원준 씨, 성균관대에서 로봇 인공지능(AI)을 연구한 정승현 씨와 의기투합해 창업에 나섰다.첫 아이템은 탈모 진단 서비스였다. 2019년 카메라로 모발 밀도를 측정해 탈모 진행 정도를 예측하는 앱을 개발했다. 그러나 사업성이 불확실했다. 진단은 가능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석 달간 새로운 아이템을 모색했다. 그러다 인력 부족과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 외식업에 주목했다. 육류 조리 로봇을 개발하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 2021년 6월 피플즈리그를 설립하고 대전의 방 세 개짜리 집을 얻었다. 1년간 함께 숙식하며 사업을 구체화했다.
초기 제품은 고기를 굽는 ‘미트봇’이었다. 소고기를 1분 만에 굽고 삼겹살 세 근을 4분 만에 조리할 수 있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배달 음식점을 직접 운영하며 조리 데이터도 축적했다. 다음으로는 치킨을 튀기는 ‘프라이스테이션’ 로봇을 만들었다. 하지만 주방 내 차지하는 공간이 크고 세척과 관리에 손이 많이 가는 탓에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에선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한 번에 30㎏을 조리하도록 설계했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급식 현장에서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았다. 실제로 한 번에 50~60㎏의 재료가 투입되면서 로봇이 멈춰서는 일도 있었다. 류 대표는 현장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설계의 문제라는 점을 깨닫고 이를 보완했다. 개발자의 생각보다 실제 사용 환경과 요구에 맞춰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류 대표는 “정해진 시간에 급식을 제공해야 하는 만큼 전원이 위생복을 입고 급식실에서 대기했다”며 “로봇이 작동하지 않을 때는 직접 조리해 음식을 완성했다”고 했다.
◇“레시피만 입력하면 조리 대행”
류 대표는 이렇게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를 바탕으로 로봇의 움직임과 조리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가령 학교 급식은 육류의 중심온도를 75도 이상, 어패류는 85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같은 제육볶음이라도 돼지고기 두께와 수분 함량, 계절에 따른 식재료 상태에 따라 익는 속도가 달라진다. 양념을 넣으면 당분 때문에 쉽게 탈 수 있어 불 세기를 낮추고 젓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 류 대표는 비전·열화상 카메라와 힘 감지 기술을 활용해 음식 상태를 파악하고 조리 온도와 젓는 속도 등을 자동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류 대표는 학교 급식을 넘어 외식업의 위탁생산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처럼 레시피만 입력하면 조리를 대행해주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도록 기술력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진영/사진=최혁 기자 real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