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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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저층부 객실이 의료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강남 상권의 매출 절반 이상이 메디컬에서 창출되는 등 공간과 자산의 공식이 재편되고 있다. 단순히 임대 공간을 넘어 상권 전체의 가치를 견인하는 메디컬 중심의 생태계가 빠르게 구축되는 양상이다.

12일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가 발간한 '알던동네 다른동네 시즌4 메디컬 강남편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외 의료관광 수요의 폭증이 상권 지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을 돌파했고 의료관광 소비금액 역시 5년 새 12배나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숙박과 의료가 결합한 메디컬 스테이의 확산이다. 과거 환자들이 시술 후 일반 호텔을 찾아 개별적으로 머물던 것과 달리, 호텔 자산 자체가 진료와 회복을 품는 복합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알던동네 다른동네 시즌4 메디컬 강남편 리포트' 갈무리
사진=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알던동네 다른동네 시즌4 메디컬 강남편 리포트' 갈무리
실제로 서울 중구 소공동 더그랜드롯데 서울은 메인타워 8~9층 객실 일부를 의료와 웰니스 전용 공간으로 전환해 명동의 급증하는 외국인 의료관광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종로구 인사동 UH 스위트 서울 인사동은 기획 단계부터 호텔과 메디컬을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설계되었으며,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는 지하 1층에 약 500평 규모의 대규모 메디컬 시설을 유치해 24시간 모니터링 환경을 제공하는 체류형 프리미엄 모델을 구축했다. 이처럼 호텔에 입점한 메디컬 테넌트는 공실 리스크를 낮추고 식음, 쇼핑, 뷰티 등 연계 소비를 확장해 호텔 자산가치 자체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디컬 수요가 가장 강력하게 집적되는 무대는 단연 강남이다. 지난해 기준 강남의 메디컬 업종 매출은 명동, 홍대, 성수, 도산공원, 한남동 등 주요 5개 상권의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약 1.5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 상권 내 메디컬 업종은 전체 매장의 27%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의 62%를 차지하며 상권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강남 상권 매출 상위 톱 20 브랜드 중 무려 95%가 메디컬 업종일 정도로 편중 현상이 뚜렷하다.

다만 메디컬의 확장세가 강남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강남과 홍대, 명동 등이 관광 수요를 기반으로 한 검증된 시장이라면 성수, 도산, 한남은 하이엔드 시장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구로 등 탄탄한 배후수요를 갖춘 지역에서는 생활밀착형 메디컬 시장이 형성되는 등, 각 상권의 성격에 맞춘 다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최지원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차장은 메디컬 테넌트는 단순한 임차인을 넘어 건물 전체의 매출과 자산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드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향후 상권의 성패는 단순한 입지 경쟁을 넘어 어떤 소비 수요와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리포트는 A 금융사의 소비자 소비 빅데이터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의 신뢰도를 높였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