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최저 배달비' 보장한다는데…라이더들 갸우뚱 하는 이유 [이슈+]
소비자 배달비 부담 줄어들지도 '미지수'
배달 보수 상한 넘겨 지급해도 과징금 라이더 협의권 빠져
소비자 배달비 인하도 보장 못 해
배달 보수 상한 넘겨 지급해도 과징금 라이더 협의권 빠져
소비자 배달비 인하도 보장 못 해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배달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심의가 진행 중이다. 해당 법안은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광고비에 상한을 두는 것을 골자로 헸다. 총액은 거래금액의 15%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영세·중소 입점업체에는 업종·매출·지역별로 차등 적용할 수 있게 했다. 배달종사자에게 지급하는 배달 보수에도 최저·최고 한도를 두도록 했다.
최저 보장한다면서…최고 보수도 제한
법안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소비자, 배달종사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발전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라이더 안전교육과 보험 가입 지원, 휴식 보장 등의 보호 조항도 담았다.하지만 '보수 규제'가 쟁점이 됐다. 법란 제6조는 라이더 배달 보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한과 하한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제28조는 상한을 넘겨 지급하거나 하한보다 적게 지급한 플랫폼에 해당 위반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의 3%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최소 보수를 보장하면서 더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제한한 것이다.
법안은 거리와 시간대, 지역, 기상 여건, 배달 난이도 등을 고려해 한도를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정하지 않았다. 특별 인센티브나 추가 보상을 상한 산정에서 어떻게 처리할지도 본문에는 명시하지 않았다.
배달플랫폼노조는 관련 성명에서 "최저선을 두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배달라이더가 받을 수 있는 배달료의 상한까지 법으로 정하는 일은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상한이 낮게 설정되면 라이더들이 요구해 온 기본 배달료 인상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노조는 "배달라이더에게 배달비 단가는 곧 임금"이라며 "수수료가 줄어든 만큼 부담이 단가로 넘어오지 않게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점주 수수료를 낮추는 과정에서 라이더 보수를 줄여 비용을 맞추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점주에 준 배달비 협의권…라이더에는 없어
보수를 제한하면서 당사자 협의권은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쟁점이다. 제8조는 입점업체 단체에 배달비 산정과 부담 구조에 관한 단체협의 요청권을 준다. 플랫폼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협의에 응해야 한다. 라이더 단체에는 이에 대응하는 권리를 규정하지 않았다.배달 보수 상·하한 기준을 마련할 때도 공정거래위원회와 고용노동부의 협의만 명시했다. 라이더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하는 절차는 없다. 라이더 관련 단체 임원이 분쟁조정위원으로 참여할 수는 있지만, 분쟁 발생 후 조정에 참여하는 것과 보수 결정 과정에서 협의권을 갖는 것은 다른 문제다.
노조는 "배달비를 정하는 논의에는 배달라이더의 목소리가 더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논의하는 플랫폼 노동자 최저보수제와 배달비 하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수료 상한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 부담 경감과 라이더 소득 보호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라이더 보수 묶어도 소비자 배달비는 그대로?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가 실제로 낮아질지도 미지수다. 제6조의 배달비 상한은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요금이 아니라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보수에 적용된다. 라이더 지급액을 제한해 줄어든 비용을 소비자 요금 인하로 돌려주도록 하는 의무는 없다.점주 수수료 상한도 배달비까지 모두 합친 전체 비용을 제한하는 조항은 아니다. 새로운 명목의 수수료로 상한제를 회피하는 행위는 금지했지만, 소비자 배달비 인상이나 할인 축소를 직접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플랫폼이 줄어든 수수료 수입을 소비자 요금으로 메우면 실제 배달비 부담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지난 2일 한국상품학회가 개최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토론회: 소상공인과 플랫폼의 공존'에서도 이 같은 비용 이동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태영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수수료를 억제하더라도 물류비 등 실질 발생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다른 형태의 부대 비용으로 전가되어 소상공인 부담 완화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앱이 주문을 연결하는 온라인 서비스와 실제 배송을 결합한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문마다 운송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가격 제한은 서비스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플랫폼이 소비자 배달비를 높이거나 무료배달·할인을 줄이면 주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점주는 주문 한 건당 수수료를 덜 내더라도 주문 감소나 다른 비용 증가로 기대했던 수익 개선 효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선 주문 감소…후발 사업자 진입도 우려
해외에서는 수수료 규제 이후 보호 대상 음식점의 주문이 줄어든 사례가 보고됐다. 주오신 리와 강 왕의 논문 '거대 플랫폼 규제: 수수료 상한제의 실증 근거(Regulating Powerful Platforms: Evidence from Commission Fee Caps)'에 따르면 미국 규제 지역의 독립 음식점은 비교 대상보다 주문이 2.5%, 플랫폼 수수료를 차감한 순매출이 3.9% 감소했다.연구진은 규제 이후 플랫폼이 독립 음식점 추천을 줄이고 체인 음식점이나 규제가 없는 인근 지역 음식점을 더 추천하는 변화를 관찰했다. 소비자 배달비도 인상됐다. 수수료 인하 이후 플랫폼의 요금과 추천 방식이 바뀌면 음식점 수입이나 소비자 부담이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쟁 위축 우려도 나왔다. 김태영 교수는 수익 구조가 악화되면 자본력이 부족한 후발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져 기존 대형 플랫폼 중심의 시장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을 제한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경쟁 압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0일 정보통신정책학회·한국경쟁법학회 공동세미나에서 이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직접적인 수수료 상한 규제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플랫폼 가격과 입점업체 실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데이터 이동성과 서비스 간 호환성을 높여 신규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상품학회 토론회에서는 라이더 보험료와 안전 지원, 배차·보수 산정의 투명성 강화, 점주의 정산 수수료와 디지털 전환 지원도 대안으로 거론됐다. 보수 최고액을 제한하기보다 실제 비용과 위험을 줄이는 정책에 집중하자는 제안이다.
결제수수료를 제한해도 결제 처리와 배송에 드는 원가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낮춰도 배달비, PG사 수수료 등 비용은 사라지지 않고 라이더나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그러면 이용자 규모가 줄면서 산업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