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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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전문가에게 지급하는 강연료를 두고 지식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강연 시간뿐 아니라 자료 검토와 발표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투입되지만 정작 대가는 수십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식 노동자의 정당한 대가는 얼마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최근 한 정부기관으로부터 전국민 대상 토론회의 주제 강연을 요청받은 경험을 공개했다.

김 교수는 "참가자들이 토론을 시작할 수 있도록 큰 틀을 제시하는 강연이었다"며 "그동안 이 분야에서 연구하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해 왔기에 조금 더 다듬으면 잘 준비할 수 있겠다고 보고 수락했다"고 했다.

강연을 위해 기존 자료를 다시 검토하고 하루 동안 내용을 정리해 슬라이드를 만들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준비했다면 한 달 이상 걸렸을 작업"이라며 "그 전 일주일 동안에도 틈틈이 강연의 방향을 고민했다"고 했다.

행사 당일에도 하루 종일 현장에 머물러야 했다. 그는 "물리적으로만 최소 이틀이 들고, 바탕이 된 작업까지 치면 한 달 이상이 들어간 강연"이라고 했다.

이후 확인한 강연료는 30만원이었다. 김 교수는 "담당 공무원도 강연료를 모르고 있었다. 제 요청으로 알아본 금액은 30만원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솔직히 모욕감을 느꼈다"며 "하루 종일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일반 노동자 일당이 30만원 정도다. 여기에 준비에 들어간 시간이 더해진다"고 했다.
 김현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김현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김 교수는 결국 강연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는 "잠시 고민한 뒤 강연을 무료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그것이 제 자존감을 지키는 길이었다"고 했다. 강연 자체는 예정대로 진행했고, 이후 해당 기관에서는 강연료를 조정하는 절차가 진행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오은영 박사의 상담료를 둘러싼 논란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영유아와 청소년 정신건강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오은영 박사님의 상담료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한 시간에 수백만원까지 든다는 이야기였다"고 했다.

이어 "한 분야 최고 전문가의 한 시간이라면 그 가격이 꼭 비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최정상급 가수들이 받는 출연료처럼 다른 분야의 최고 대가와 견주어 보면 더 그렇다"고 했다.

대학 교수의 외부 강연료에 대해서는 "사립대학 교수 기준으로 외부 강연료 상한은 1시간에 100만원, 2시간에 200만원"이라며 "그런데 1시간 강연은 1시간 노동이 아니다. 준비에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1~2주가 걸린다"고 했다.

김 교수의 글에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교수와 연구자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한 작성자는 "15분 기조연설에 25만원을 제시받아 차라리 무료로 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고 했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했다는 작성자는 "현지에서는 강의 준비 시간과 비행시간, 강의시간을 모두 합산해 시간당 500~1000달러를 받았지만 서울에서는 30만원, 세후 26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반론도 나왔다. 한 작성자는 "정부나 공공기관, 도서관에는 훌륭한 분을 모실 예산이 적고 소외된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는 성격이 크다"며 "기업과 국가나 공공기관은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지식노동에도, 육체노동에도 최고 수준이 있다"며 "각 분야의 정상권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우해야 할까"라고 마쳤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