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상위 1%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80% 가까이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기업 비중은 8년 연속 늘어나 전체 신고법인의 절반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기업 실적에 따라 세수가 크게 출렁이는 구조가 고착화해 법인세 과세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신고법인 가운데 매출 상위 1%인 1만865곳의 총부담세액은 56조1435억원이었다. 이는 전체 법인 총부담세액(72조1714억원)의 77.8%에 달했다. 전년보다 비중이 3.9%포인트 상승해 2022년(78.5%) 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법인세를 내지 않은 기업은 59만6921곳으로 전체 신고법인(108만6503곳)의 54.9%를 차지했다. 법인세가 ‘0원’인 기업 비중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은 기업 가운데 69%(41만1942곳)는 세법상 적자를 냈다. 나머지 31%(18만4979곳)는 흑자를 거뒀지만 각종 세액공제와 감면을 적용받아 법인세를 부담하지 않았다.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급증해 대기업에 대한 세수 쏠림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법인세 수입은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 216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반도체 경기가 꺾였을 때다. 정부는 불어난 법인세 등을 재원 삼아 162조3000억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 기금으로 농어촌 기본소득과 아동기본수당 등 경기 하강기에도 축소하기 어려운 반복성 사업에 재원을 투입한다. 기업 실적이 악화해 법인세 세수가 감소하더라도 한 번 늘어난 지출은 쉽게 줄이기 어려워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효과가 낮은 세액공제·감면 제도를 정비해 ‘낮은 세율, 넓은 세원’ 구조로 법인세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가전략기술과 연구개발(R&D) 관련 공제는 유지하되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처럼 포괄적 감면 제도는 손질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