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내년도 재정 긴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의회 표결을 우회하는 헌법 권한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정부와 연금 삭감에 반대하는 정치권이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최근 430억유로(약 65조원) 규모 긴축안을 담은 내년 예산안을 공개했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날 예산안과 관련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5%로 제한할 것”이라며 “예산안이 의회에서 막히면 의회 표결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헌법 49조3항’을 발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예산안에는 물가 상승에 따른 연금 지급 인상폭을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레스퀴르 장관은 “지금 제도를 유지하면 내년 연금과 관련해 150억유로에 이르는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연금 지출은 올해 GDP의 14%에 달해 주요 재정적자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좌우를 막론하고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재정 건전성 회복에 찬성하지만 은퇴자 부담을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대신 르펜 의원은 2026년과 비교해 2032년 예산을 1400억유로(약 211조원)로 줄이겠다는 안을 내놨다. 1250억유로(약 189조원)를 절감하겠다는 기존 약속보다 늘어난 것이다. 연금 대신 유럽연합(EU) 기여금 삭감, 이민 관련 비용 절감 등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AFP통신은 “EU 분담금 감축은 다른 회원국 동의가 필요하고 이민 지출 축소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