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낮 12시10분 전남광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 내 발사통제센터(LCC)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상황판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4차 발사 때만 해도 참관인이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 23명은 이날엔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어장치인 콘솔 22개 중 18개를 통제했다. 지금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어깨너머로 배우던 이들이 실제 통제석의 주인으로 앉은 첫 번째 무대였다. 한국 우주 산업이 정부 주도의 ‘올드스페이스’에서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발사·운용 민간이 첫 주도
이날 오후 12시25분 발사대를 떠난 누리호는 1단·페어링(덮개)·2단을 차례로 분리한 후 발사 13분15초부터 국내 첫 실용급 양산형 군집위성 ‘네온샛’ 5기(2~6호)를 분리하며 궤도에 안착시켰다. 군집위성 2~6호는 고도 576㎞에서, 큐브 위성은 고도 579㎞에서 각각 분리했다. 16분20초부터 내보낸 큐브위성 10기 중 1기는 분리되지 못했지만, 박종찬 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장은 “외부 기업에서 만든 큐브위성 사출관이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성공 여부를 가르진 않는다”고 했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누리호 5차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선언했다.
누리호 5차 발사는 민간 기업의 역할이 발사·운용까지 확대했다는 의미가 있다. 사실상 누리호 발사 모든 과정을 처음으로 민간이 주도한 이벤트였다. 발사·운용을 담당하는 한화의 인력은 4차 때보다 10명 늘어난 42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임무지휘센터(MDC), 발사대, LCC 등 거의 모든 곳에 배치됐다. 오 청장은 “내년 하반기 6차 발사를 준비하고 2032년까지 매년 1회 이상 민간 주도의 발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으로는 세 번째다. 고도화 사업은 정부 주도로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관하는 것을 목표로 2022년부터 추진됐다. 3~7차 발사 고도화 사업의 예산은 7968억8000만원이다. 한 번 발사할 때 발사체 제작비, 발사 운용비, 보험료 등 1200억~1400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판 ‘스페이스X’ 시대 당긴다
정부는 2029년 예정된 누리호 8차 발사 때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적으로 주관하는 완벽한 ‘상업 상용 발사 서비스’ 체제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이때까지 민관 협력으로 발사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누리호 발사에는 약 300개 국내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엔진·터보펌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에스엔에이치가 담당하고, 연소기·추진제 공급계 등은 비츠로넥스텍, 네오스펙 등이 맡는다. 발사대 등 지상 설비에는 HD현대중공업, 현대로템 등이 참여하며 발사 운용·관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통신망은 KT가 책임진다.
민간 주도의 누리호에 힘을 싣는 것은 스페이스X 같은 글로벌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우리 기술로 우주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취지다. ‘우주 주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누리호로 다진 민간 기술과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재사용 발사체’는 새로운 수출원이 될 수 있다.
우주 발사 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상용 우주 발사 시장은 2024년 80억2000만달러에서 연평균 14.6% 성장해 2034년 319억달러(약 42조74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전 세계에서 요청이 오는 발사 계약이 2029년까지 차 있을 정도로 시장을 독점한다.
정부는 두 차례 남은 고도화 사업을 통해 민간 참여율을 약 95%까지 빠르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내 우주 생태계가 글로벌 발사 조달 시장과 연결되면 국내 수백 개 공급망 기업이 수혜를 볼 수도 있다. 오 청장은 “지금까지 2750회를 쏜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초기 단계지만 신뢰성을 계속 높여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