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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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의혹 제기를 두고 민주당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든 정치적 노림수라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6일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에 출연해 한 의원이 여권의 정치적 성역을 건드리며 정국 주도권을 쥐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당이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자신들의 정치적 신화로 만들어 세력을 유지하는 방패로 삼아왔다"며 "한동훈이 이 지점을 제대로 짚어내면서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을 앞둔 이달 초,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불거진 피아제 시계 수수 의혹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관련 금품 의혹, 노 전 대통령 딸 부부의 미국 아파트 구입 자금 문제를 잇따라 거론했다.

이에 민주당은 한 의원의 발언을 '사자명예훼손'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했다. 그중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이 직접 반박에 나서면서 두 사람 간 공방으로 번졌다.

◆ 곽상언 "팩트 보여주면 제가 책임지겠다"

곽 의원은 지난 3일 오후 1시쯤 페이스북에 "17년전 당시 저는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으로 참여했거나 '참고인' 또는 '피의자성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며 "제가 관여한 부분도 없었고, 처음에는 변호인으로 참여했다가 나중에는 수사까지 받게 되는 처지가 됐기 때문에 언론보도가 어느정도까지 사실인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도 종결 되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사실을, 재판도 진행되지 않았고 판결도 선고되지 않은 그 사건의 사실을, 한동훈 의원은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확정적 사실', '팩트'라고 확언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곽 의원은 피아제 시계의 행방,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 등을 열거하며 "누가 박연차로부터 돈을 받았고, 그 아파트는 누구의 것이며,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저와 제 아내가 그 아파트를 구입한 것은 사실이기는 한지, 저도 사실 궁금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팩트를 제게 분명하게 보여주시고 확인시켜 주시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 한동훈 "아파트 대금 일부, 박연차로부터 받은 것이 팩트 아닌가"

한 의원은 약 1시간 뒤인 오후 2시쯤 페이스북을 통해 맞받았다. 그는 "제가 지금 비판하는 대상은 노무현이 아니라 지난 20년 가까이 노무현의 죽음을 신격화해서 이익을 누려온 민주당 정치세력들"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 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을 언급하며 "지지층 반발을 감수한 몇몇 용기 있는 정치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곽상언 의원은 단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가 아니라 대한민국 현직 국회의원이니 직접적으로 묻겠다"며 "곽상언 의원 부부가 미국 뉴저지에 구입한 아파트 대금 일부를 노무현 전 대통령 스폰서 박연차로부터 받은 것이 팩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결국 노무현 본인 또는 가족이 곽상언 의원 부부에게 미국에서 쓸 아파트 사주려고 박연차에게 거액을 받은 것인데, 그런 곽상언 의원이 할 말이 있는가"라며 "유구무언이어야 할 곽상언 의원은 제가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용해온 사람들을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 의원은 또 "노정연(곽상언 의원 부인) 씨 환치기 유죄판결을 확정한 항소취하서는 곽상언 의원 명의로 제출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한 의원의 발언을 두고 '사자명예훼손 범죄'라며 비판했다. 이에 한 의원은 노 전 대통령 본인 또는 가족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피아제 시계와 거액을 불법적으로 받은 것은 '팩트'라며 재반박했다.

◆ 13억 미신고 송금은 유죄…'박연차 자금' 여부는 재판서 확인 안 돼

법원 판결에 따르면 정연 씨는 미국 뉴저지 아파트 매매 대금 가운데 13억원을 2009년 신고 없이 매도인 경모 씨에게 보낸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2012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항소를 취하해 형이 확정됐다. 경씨도 이듬해 같은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정연 씨와 경씨이며, 곽 의원은 피고인이 아니었다.

다만 이 판결은 신고 없이 외화를 송금한 행위에 대한 것으로, 해당 자금이 박 전 회장에게서 나왔다는 판단은 담기지 않았다. 2012년 재수사 당시 검찰은 이 13억원이 2009년 수사 대상이던 불법자금과는 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의 돈과 아파트 대금의 연관성이 거론된 것은 40만 달러다. 경씨는 2012년 검찰 조사에서 아파트 대금 가운데 박 전 회장이 홍콩 계좌로 보낸 40만 달러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연차 금품 의혹 수사는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공소권 없음' 처리됐고, 40만 달러 부분이 재판에서 다뤄진 적은 없다.

◆ 진중권 "한동훈 체급 한층 높아져"

진 교수는 이 공방에 대해 "곽상언 의원이 증거를 내놓으라며 맞섰지만 한동훈은 정교한 질문으로 받아쳤다"며 "이 과정에서 한동훈의 정치적 입지와 체급이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또 "한동훈이 단순한 감정적 비난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며 "노 전 대통령 딸 부부의 자금 출처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민주당으로선 매우 아픈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한 의원의 발언을 '망자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하며 반발하는 데 대해서는, '어디서 감히 노무현을 들먹이느냐'는 식의 반응은 논리적 반박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한 의원이 성역 뒤에 숨으려는 민주당의 모습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한동훈이 여권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자산에 균열을 냈다"며 "단순한 과거 수사 재조명이 아닌 현재 정치 지형을 흔드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내다봤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