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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휘발윳값 출렁일 때 日은 1430원 고정…대가는 재정 부담 [도쿄나우]
'관제가격' 된 日 휘발유
가격은 안정, 주유소 마진은 축소
정부 보조금 재원 바닥나
가격은 안정, 주유소 마진은 축소
정부 보조금 재원 바닥나
하지만 가격이 안정됐다고 고유가 충격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부담했어야 할 비용을 정부 재정과 주유소가 대신 떠안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일본에서도 “언제까지 170엔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출구전략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7일 일본 자원에너지청에 따르면 보통휘발유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달 28일 기준 리터당 170.2엔이었다. 올봄 이후 휘발유 가격은 거의 170엔 안팎에 붙어 있다.
비결은 정부 보조금이다. 지난달 17~30일 석유 원매사에 지급된 보조금은 리터당 51엔으로 2022년 제도 도입 이후 최대였다. 보조금이 없었다면 소비자가격은 리터당 220엔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가격의 4분의 1가량을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셈이다.
일본도 호르무즈해협 봉쇄 직후에는 가격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중동전쟁이 격화한 지난 3월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한 주 만에 리터당 29엔 오른 190.8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3월 19일부터 보조금을 재개하고 가격을 170엔 수준으로 낮췄다. 이후 국제유가가 움직일 때마다 보조금 규모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격을 붙잡아왔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일본의 휘발유 보조금은 2022년 도입 이후 누적 지출액이 약 9조엔에 달한다. 올 들어 고유가가 장기화하면서 관련 재원도 빠르게 줄어 지난 7월 말에는 보조금 재원 잔액이 약 2100억엔까지 감소했다. 정부는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해 마련한 2조5000억엔 규모 예비비까지 활용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도 당초 보조금을 무기한 지속하기 어렵다고 보고 가격 목표를 170엔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8월 “중동 정세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보조금 제도의 출구를 포함해 지원 방식을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동 불안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일단 170엔 수준을 유지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장기간 유지하기는 갈수록 부담스럽다. 일본 재무성은 내년도 국채 원리금 상환비용으로 사상 최대인 36조6000억엔가량을 요구했다. 금리 상승으로 올해보다 17% 늘어난 규모다. 소비세 감세, 방위비 확대 등 다른 재정 수요도 커지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보조금까지 계속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격 억제의 또 다른 부담을 주유소가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11일과 비교하면 휘발유 소매가격은 리터당 0.8엔 오르는 데 그쳤지만 대형 원매사가 계열 주유소에 적용하는 도매가격은 3.2엔 상승했다. 소비자가격을 올리지 못하면서 주유소의 유통 마진이 그만큼 줄었다.
이는 보조금과 휘발유 가격 조정 단위가 서로 다른 데서 비롯된다. 정부 보조금은 0.1엔 단위로 조정되는 반면 휘발유 가격은 0.5엔 단위로 바뀐다. 국제유가 상승분을 보조금이 정확하게 상쇄하지 못하면서 주유소 매입가격은 수십 전 단위로 조금씩 올라왔다.
주유소는 이를 소비자가격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석유정보센터 관계자는 “도매가격이 0.3엔 올랐다고 소매가격을 1엔 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별 가격 경쟁도 치열해 소폭의 원가 상승을 그대로 떠안는 주유소가 많다.
판매 부진까지 겹쳤다. 일본 석유연맹에 따르면 휘발유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6월 6%, 7월 4%, 8월 3% 각각 감소했다. 동일본을 중심으로 낮은 기온과 폭우 등 악천후가 이어졌고 9월에도 비가 잦아 판매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
일본이 유지해온 리터당 170엔의 휘발유 가격은 고유가 충격을 없앤 것이 아니라 부담 주체를 바꾼 정책에 가깝다. 소비자는 국제유가 급등에도 안정된 가격을 누렸지만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 지출을 떠안았고, 주유소는 줄어든 마진을 감수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 공급 정상화 시점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90%를 웃도는 만큼 호르무즈해협 봉쇄의 충격에 취약하다. 일본 정부가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송유관 건설 지원과 원유 조달처 다변화까지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