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 공항 부지 /사진=연합뉴스
광주 군 공항 부지 /사진=연합뉴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하루 약 106만t의 물을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용수와 예비 물량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발표에 앞서 국가 물관리 최상위 의결기구인 국가물관리위원회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기후부와 국가물관리위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후부는 이번 용수 공급 방안을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물관리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수도기본계획은 국가물관리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국가물관리위는 지난 6월 30일 메가 프로젝트 용수 공급 계획과 관련해 발표 전 심의·의결이나 자문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나 의원에게 답변했다. 기후부와 국가물관리위의 첫 공식 회의는 발표 이후인 7월 9일 열렸다.

106만t의 물을 공급할 각 댐 관리기관과의 사전 협의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부의 호남 반도체 용수 공급 세부 계획은 △주암·동복댐 여유량 10만t △동복댐 신축 25만t △광주시 제1하수처리장 재이용 30만t △나주댐 농업용수 대체 20만t △장흥댐 여유량 10만t △보성강댐 발전용수 전환 10만t 등 하루 106만t이다. 이 가운데 65만t은 반도체 산업단지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가뭄 대책 등에 활용할 예비 물량이다.

동복·주암·장흥댐을 운영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메가 프로젝트 발표 당일 공급 계획을 알았다고 나 의원에게 답변했다. 나주댐을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유선 등으로 사전 협의했지만, 별도 회의록은 없다고 밝혔다. 보성강댐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최초 협의 시점은 6월이라고 답했다.

기후부는 수자원 계획 변경 등이 국가물관리위의 사전 심의 대상인지 묻는 나 의원 질의에 "필요시 국가물관리위 심의 사항은 산하 분과위원회에서 사전 검토를 수행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이번 용수 공급 계획에 대해서는 별도 사전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용수 공급 계획을 연말까지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기관도 향후 기후부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공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물관리기본법 제27조 3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물관리 계획을 수립·변경할 때 반드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기후부의 이번 발표는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부는 심지어 실제 물을 공급할 댐 관리 기관들에게는 발표 당일에야 통보하는 초법적 독단행정을 저질렀다"며 "이는 법치 행정의 근간을 훼손하고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허수아비로 전락시킨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스더 기자 esth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