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서 분양한 한 단지 모델하우스 내 유닛을 구경하는 예비 청약자들. 사진=이송렬 기자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서 분양한 한 단지 모델하우스 내 유닛을 구경하는 예비 청약자들. 사진=이송렬 기자
올해 분양 물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지만 청약에 뛰어든 수요자는 오히려 줄었다. 분양받을 수 있는 단지는 많아졌지만 서울과 3기 신도시,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처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곳에만 청약통장이 몰리는'선별 청약'이 한층 뚜렷해졌다.

6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단지를 분석한 결과 전국 일반공급 물량은 8만532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6만3668가구보다 34% 증가했다. 반면 1순위 청약 접수는 64만6891건에서 47만5009건으로 26.6% 감소했다. 공급은 2만1653가구 늘었지만 신청자는 17만1882명 줄면서 평균 경쟁률도 10.2대 1에서 5.6대 1로 낮아졌다.

청약시장 전반의 열기는 식었지만 공공분양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수요가 몰렸다. 올해 공공분양 6735가구에 12만7842건이 접수돼 평균 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8.1대 1보다는 낮아졌지만 민간분양 경쟁률 4.4대 1의 4배를 웃돌았다. 민간분양은 공급이 지난해보다 35.5% 늘어난 7만8586가구에 달했지만 접수 건수는 19.4% 감소한 34만7167건에 그쳤다.

공공분양 가운데서도 서울 접근성과 분양가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 택지로 수요가 집중됐다. 남양주왕숙2지구 A3는 126.8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왕숙아테라 A1이 105.5대 1, 화성동탄2지구 C27블록이 100.6대 1로 뒤를 이었다. 마곡엠밸리17단지는 96대 1, 고양창릉 S4와 고양창릉우미린그레니티는 각각 63대 1과 61.2대 1을 나타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도 청약 성적을 갈랐다. 분양가상한제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10.8대 1로 미적용 단지의 3.7대 1보다 2.9배 높았다. 다만 분양가상한제 단지 경쟁률도 지난해 24.5대 1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미적용 단지는 같은 기간 4.2대 1에서 3.7대 1로 소폭 하락했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에도 예전처럼 무조건 청약하기보다 입지와 향후 가치까지 따지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독주는 이어졌다. 서울의 평균 경쟁률은 63.1대 1로 지난해 132.9대 1보다 낮아졌지만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올해 서울 일반공급 물량은 전국의 2.8%에 불과했으나 1순위 접수는 15만1473건으로 전국 신청 건수의 31.9%를 차지했다. 공급된 22개 단지 모두 모집 가구보다 많은 1순위 신청자를 모았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강남권과 용산 단지에 청약통장이 쏟아졌다. 서초구 '아크로서초'는 일반공급 30가구에 3만2973건이 접수돼 평균 1099.1대 1로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티에르반포'가 710.2대 1, 이촌르엘이 135대 1로 뒤를 이었다. '동작센트럴동문디이스트'는 114.8대 1, '마곡엠밸리'17단지는 96대 1, 더샵프리엘라는 89.2대 1을 나타냈다.

경기도에서는 공급 유형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11.4대 1에서 올해 5.3대 1로 낮아졌다. 공급은 2만6474가구에서 3만405가구로 14.8% 늘었지만 접수 건수는 30만750건에서 15만9856건으로 46.8% 급감했다. 경기도 공공분양 경쟁률은 21.1대 1에 달한 반면 민간분양은 1.6대 1에 그쳤다.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가운데 8곳도 공공분양이었다.

인천은 수도권에서 이례적으로 청약 열기가 살아났다. 평균 경쟁률이 지난해 3.2대 1에서 올해 6.4대 1로 두 배 높아졌다. 공급은 6224가구로 61% 늘었고 접수 건수는 3만9650건으로 약 3.2배 증가했다. 다만 인천 전역에 온기가 퍼진 것은 아니었다. 더샵송도그란테르 6개 블록과 검단 3개 단지에 인천 전체 접수의 85.4%가 집중됐다. 더샵송도그란테르 G5-6블록은 50대 1, 검단호수공원역파라곤은 31.3대 1을 기록했다.

지방에서도 지역과 단지에 따른 양극화가 이어졌다. 대구 수성구 범어역파크드림디아르는 101.5대 1로 지방에서 유일하게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역별 평균 경쟁률은 세종이 17.7대 1로 가장 높았고 경남 5.3대 1, 전북 5.2대 1 순이었다. 반면 제주 0.2대 1, 강원 0.5대 1, 부산 0.6대 1, 울산 0.8대 1로 모집 가구보다 신청자가 적은 지역도 적지 않았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가을 분양 성수기를 맞아 공급은 더 늘어날 전망이지만 늘어난 물량이 청약 수요 확대로 곧장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같은 지역에서도 분양가와 입지, 공급 유형에 따라 성적이 크게 갈린 만큼 서울 핵심지와 수도권 주요 택지 등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로 수요가 쏠리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