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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까지 덮친 드론 위협…해운사 방어 투자 확대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드론 전문업체 마스(Marss), 드론 디펜스(Drone Defence), 디펜드(D-Fend)는 최근 선주들의 문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석유·가스 화물을 운송하거나 해상 에너지 인프라 주변에서 작업하는 기업들의 관심이 크다. 걸프와 흑해에서 교전 당사자들이 핵심 원자재 공급망을 교란하기 위해 상선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면서 방어 장비가 새로운 비용 항목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스라엘 사이버 전문가들이 설립한 디펜드 솔루션스는 적대적 드론의 조종권을 탈취한 뒤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기술을 전문으로 한다.
제프리 스타 디펜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해운업계에서 엄청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선주와 화주, 해군이 비대칭적 위협에 직면하면서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 위협이 더는 고강도 전쟁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드론 디펜스도 유조선과 LNG 운반선에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리처드 길 최고경영자(CEO)는 선주가 선박을 보호할 수 있다면 “더 위험한 항로를 운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해운회의소(ICS)의 존 스타우퍼트 해사 담당 이사도 최근 몇 년 동안 해운업계에 대한 드론 위협이 수상과 공중 양쪽에서 커졌으며, 특히 걸프와 홍해, 흑해 등 실제 분쟁지역에서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걸프에서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숨진 선원은 20명을 넘었다. 흑해에서도 올해 약 30명이 사망했다. 공격 위험이 커지면서 위험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에 지급되는 운임도 크게 뛰었다.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중국으로 향하는 초대형 유조선의 용선료는 하루 12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평균 하루 약 7만9000달러와 비교하면 15배가 넘는 수준이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운항하는 선박이 기록적인 운임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장비에 투자할 경제적 유인도 커지고 있다.
드론 위협은 선박을 넘어 파이프라인과 케이블, 해상풍력발전소 등 해상 에너지 인프라로도 확산하고 있다. 유럽 안보 당국자들은 드론을 이용한 감시 활동과 일부 은밀한 공격 사례를 보고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도 유럽 해역에서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점점 더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불과 최근까지 해상 대드론 기술의 주요 고객은 파파라치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초호화 요트 소유주였다. 마스의 롭 밸럭 최고성장책임자는 자사의 ‘니다르(Nidar)’ 시스템이 대드론 시장 초기부터 슈퍼요트에 사용됐으며 최상급 요트 가운데 상당수가 이 시스템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상 석유·가스 시설을 지원하는 선박에서 수요가 한 단계 뛰었다고 밝혔다. 기술과 통합 소프트웨어 가격이 낮아져 드론 위협으로 운항하지 못하는 데 따른 손실을 생각하면 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설명이다.
니다르는 선박에 탑재된 레이더와 카메라 등 감시 장비를 활용해 접근하는 위협을 탐지한다. 더 고도화된 시스템은 선박이 운항하는 지역의 법규에 따라 드론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기능까지 탑재할 수 있다. GPS 신호를 교란하거나 드론의 조종 주파수를 방해하는 재밍 방식도 사용된다. 길 CEO는 레이더와 카메라, 재밍 장비를 갖춘 시스템을 유조선에 설치할 경우 약 50만달러가 든다고 말했다.
고가 장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선박은 더 단순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물을 설치하거나 물탱크를 매달아 드론을 얽히게 하고, 선박의 핵심 부분에 도달하기 전에 폭발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대드론 업체에는 거친 바다에서도 드론을 정확히 겨냥하고 부식성이 강한 소금물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디펜드는 해상 환경에 맞춰 기존 시스템을 견고하게 보강한 제품을 개발했다. 스타 CMO는 올해 축구 월드컵 기간 미국 항만 보호에도 사용된 자사 기술의 해상용 버전이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드론 기술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방어 기술도 끊임없이 따라가야 한다. 밸럭 최고성장책임자는 “끝이 없는 순환”이라며 최고의 시스템을 배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위협이 다시 바뀔 만큼 변화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