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돈 쓸수록 웃는다'…8조5000억 잭팟 터진 日기업
일본 최대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투자 확대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엔(약 8조5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일렉트론의 2027년 3월기(2026년 4월~2027년 3월)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60% 증가한 1조엔에 이를 전망이다. 종전 사상 최대였던 2025년 3월기의 6973억엔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 전망 평균도 1조257억엔으로 1조엔을 넘어섰다.

가와모토 히로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객의 투자 움직임은 전기 본결산 발표 시점보다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이번 회계연도 매출 수준에 따라서는 영업이익 1조엔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일렉트론은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도포·현상, 식각, 증착, 세정 장비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다. 삼성전자와 TSMC,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주요 고객이다.

특히 한국 반도체 업체와의 연관성이 크다. 도쿄일렉트론의 2026년 3월기(2025년 4월~2026년 3월) 삼성전자 대상 매출은 3681억엔으로 전체의 15.1%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으로, TSMC의 3158억엔(12.9%)을 웃돌았다. SK하이닉스에도 반도체 제조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도쿄일렉트론은 AI 관련 투자의 변동성이 커진 점을 감안해 이번 회계연도부터 연간 실적 전망 공개를 중단하고 반기 전망만 제시하고 있다. 2026년 4~9월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4580억엔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측은 하반기 이익 증가 속도가 상반기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을 끌어올리는 핵심은 AI 투자다. 아마존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은 AI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4개사의 4~6월기 잉여현금흐름은 합계 94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을 넘어서는 규모를 AI 투자에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AI 과잉투자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도쿄일렉트론은 현재 수요가 실수요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와모토 CFO는 “AI 투자는 실수요”라며 “에이전트형 AI와 피지컬 AI가 확산되면 반도체 성능 향상을 포함해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시나리오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도쿄일렉트론은 이미 일부 고객사와 가격 인상 협상을 마쳤으며 2027년 1~3월기부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다. 납기 단축이나 즉각적인 개선 요구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추가 비용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로봇과 AI를 활용한 생산성 개선에도 나선다. 2026년 4~6월기 약 47%였던 매출총이익률을 2027년 3월까지 50%에 가깝게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반도체 검사와 후공정 장비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구조가 복잡해지고 불량 발생에 따른 비용이 커지면서 검사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도쿄일렉트론은 반도체 칩 검사 장비인 프로버를 생산하고 있다.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후공정 장비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만큼 적층 공정의 중요성이 크다. 도쿄일렉트론은 메모리를 적층할 때 사용하는 본더 판매가 늘고 있으며 후공정 사업 영역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