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대전 환경과학기술원 에너지세이빙연구소 연구원이 윤활기유 원료를 분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대전 환경과학기술원 에너지세이빙연구소 연구원이 윤활기유 원료를 분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지난 1일 찾은 SK이노베이션 대전 환경과학기술원 내 에너지세이빙연구소. 매캐한 기름 냄새가 풍기는 실험실 문을 열자 거대한 ‘다이나모미터’(엔진 동력 시험기) 10여 대가 굉음을 내고 있었다. 맞물려 돌아가는 금속 부품은 수백 도를 넘나드는 고온에서도 마모되거나 눌어붙지 않는다. 기계 사이를 흐르며 마찰과 열을 제어하는 액체. SK엔무브의 프리미엄 윤활기유 덕분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윤활기유 설비는 일과 시간 내내 단 1초도 쉬지 않고 풀가동된다”고 말했다.

윤활기유는 자동차 엔진오일 및 산업용 윤활유의 80~95%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정유공장에서 원유를 감압 증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잔사유를 가공해 제조한다. 윤활기유에 각종 첨가제를 섞으면 윤활유가 된다. 윤활기유는 점도에 따라 그룹Ⅰ부터 그룹Ⅴ로 나뉜다. 이 중 그룹Ⅲ는 점도 지수가 높고 황 함량이 낮아 고급 승용차 등에 사용된다.

에너지세이빙연구소는 SK엔무브의 윤활기유 테스트베드다. 핵심은 울산 상업 공장을 1만분의 1 크기로 축소한 파일럿 플랜트다. 전체 30여 개 반응·분리 설비 중 10개가 윤활기유 전용이다. 100여 명의 연구원이 엑슨모빌, 셸 등 글로벌 메이저 고객사의 요구 조건에 맞춰 제품의 점도와 산화 안정성, 마찰 특성 등을 분석했다. 실험실에서 도출한 최적의 조건을 파일럿 플랜트에 적용해 상업 생산 수율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 윤활기유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다. 지난 3월 카타르 라스라판의 펄 GTL 설비가 피격돼 올해 글로벌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그룹Ⅲ 스폿 가격은 1월 갤런당 3.4달러에서 7월 11.4달러로 235% 상승했다.

이 같은 공급 쇼크 속에서 SK엔무브가 연구 시설을 취재진에게 공개한 것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SK엔무브는 그룹Ⅲ 윤활기유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1위 기업이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울산을 비롯해 스페인 렙솔 합작법인,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 합작법인 등 세계 각지에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1990년대부터 축적한 윤활기유 배합 포트폴리오만 400종이 넘는다.

최근에는 내연기관 윤활기유를 넘어 신사업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구동모터와 기어의 마찰을 줄이는 전기차용 플루이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액침냉각유가 대표적이다. 박성범 SK엔무브 에너지세이빙연구소장은 “내연기관을 넘어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시장 요구에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